카카오톡 연동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이 3일 정식 출시됐다. 그간 블록체인 분야는 이렇다 할 매스 어댑션(Mass Adoption, 대중적 수용)을 이루지 못했다. 업계는 클립을 통해 매스 어댑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왔다. 베일을 벗은 클립은 어떤 기능을 담고 있는지 직접 사용해봤다.
클립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만든 암호화폐 지갑이다.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메인넷 '클레이튼'을 개발했고, 클레이튼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가 바로 클레이(KLAY)다.
출시 당일인 3일 오전, 클립 가입을 진행했다. 클립 서비스는 카카오톡 앱 내 더보기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입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현재 사용 중인 카카오톡 계정을 연동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끝이다.
가입을 하자 바로 50KLAY와 월컴 카드(NFT)가 지갑에 들어왔다. 지갑을 선물할 때 돈을 넣어 건내는 풍습을 따랐단다. 웰컴 이벤트를 두고 일부 사용자들은 "카카오가 주는 지원금"이라는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했다.
클립 가입 시 받은 KLAY는 외부 거래소로 전송해 현금화 하거나 클립에 가입한 카카오톡 친구에게 전송할 수 있다. 우선 지인에게 KLAY를 보내봤다. 수수료는 무료다. 친구와의 채팅방에서 전송 완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송금과 동일한 패턴이다. 송금 시간 지연은 없었다. 체감상 카카오페이보다도 빨랐다.
몇차례 주고 받기를 끝내고, 현금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지닥과 데이빗 두 곳 암호화폐 거래소가 KLAY 거래를 지원한다. 웰컴 카드는 아직 활용이 불가능하다. 운영사인 그라운드X는 향후 카드 소지자만을 위한 혜택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50KLAY를 모두 데이빗 지갑으로 전송했다. 수수료는 없다. 1분이 채 안돼 거래소 지갑에 입금이 완료됐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유명 암호화폐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다.
3일 12시 데이빗 기준 KLAY 시세는 149원. 전날 최고 204.3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KLAY였기에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게 망설여졌지만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자 싶어 거래를 체결했다. 수수료를 제외하고 7450.5원이 생겼다.
현재까지 사용할 수 있는 클립의 기능은 암호화폐 보관 및 송금이 전부다. 클립은 KLAY 외에 클레이튼 기반 비앱들의 토큰 10종의 보관 및 송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클립에서 비앱 서비스로 연결, 토큰을 바로 사용하는 연동 구조는 아니다.
KLAY의 경우 엔블록스 헌트(nBlocks Hunt) 앱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엔블록스 헌트를 이용하려면 엔블록스 월렛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역시 클립과의 연동은 불가능하다. 엔블록스 헌트는 사용자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암호화폐를 수집하는 증강현실(AR) 서비스다. 블록체인판 포켓몬고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KLAY를 클립에 보관하고 싶다면 엔블록스 월렛에서 클립으로 KLAY를 전송해야 한다.
초기 버전이라고 하나, 다른 암호화폐 지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개업집에는 개업효과라는 게 있다. 새로 생긴 가게가 궁금해서 손님들이 몰리는 현상이다. 가게 주인은 호기심에 방문한 손님을 단골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클립에서는 단골 손님을 만들만한 비장의 무기를 찾지 못했다.
클립은 순차적으로 비앱과의 연동을 늘리고 카드(NFT)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향후에는 KLAY를 특별 이벤트 초대장 또는 선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한다. 클립은 단골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까?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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