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분산신원증명(DID) 연합체가 속속 등장했다. 저마다 DID를 활성화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지만 실질적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뜬 구름 잡는 것 같았던 DID 서비스는 올해 들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KT가 주도하는 이니셜 DID 연합은 모바일 전자증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이니셜’을, 코인플러그의 마이키핀얼라이언스는 DID앱 ‘마이키핀’을 내놨다.
아이콘루프가 이끄는 마이아이디얼라이언스도 최근 ‘쯩’을 출시하고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쯩'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아이콘루프 마이아이디(MyID) 플랫폼 기반 DID 서비스다. 지난 8월부터 ‘쯩’을 통해 신한은행 실명인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다. ‘쯩’ 앱에서 신한은행 고객이란 인증을 받으면 다른 금융기관에 별도 절차 없이 ‘내가 나’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 DID 서비스가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달 28일 화상으로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에게 ‘쯩’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DID 전망을 물었다.
패스(Pass), 카카오페이 등 민간 전자서명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DID가 어떤 경쟁력이 있냐고 질문하자 김 대표는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 등을 하는 이들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정보를 유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정부 주도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DID는 마이데이터 시작점”이라며 “현재는 기업끼리 개인 데이터 주고 받는 걸 논의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데이터 유통 흐름 중심에 ‘개인’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와 ID가 분리된 DID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본인 데이터를 필요할 때 원하는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디서든 인증 가능한 DID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앙화된 기관이 운영하는 패스나 카카오페이는 ID가 서비스에 종속된다”며 “이 같은 점을 파고들어 DID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는 무료로 ‘쯩’을 이용할 수 있다. 고객에게 따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쯩은 어디서 수익을 낼까. 김 대표는 “가장 간단한 수익구조는 트랜잭션 피(transaction fee)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DID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한다. 그는 “기업이 노드로 참여를 하든, 참여한 노드를 믿고 서비스를 제공하든 2가지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럴 때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향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A란 사람이 신한은행 고객이자 제주도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상품 추천 등 ‘마이크로 타깃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A 고객에게 제주 리조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 등 관련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은 각각 정보에 대해 DID를 발급하고, 본인이 원하는 곳에 해당 정보를 필터링해 제출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팔아 생기는 수익은 신한은행, 제주도, 아이콘루프, 그리고 고객에게 배분된다.
이니셜, 마이키핀 등 다른 DID 앱과 쯩 앱이 유사해 보인다고 묻자 그는 “사실 현재 수준에선 사용처의 차이만 있을 뿐 DID 서비스가 제공하는 것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차이점을 꼽자면 쯩은 금융 앱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DID 서비스란 점”이라고 설명했다.
법 제도 때문에 현재 시중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는 DID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된 아이콘루프 마이아이디 플랫폼 밖에 없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DID 등 신원확인 방식을 확대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DID 업계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 분야에 먼저 진출해 있고, 금융기관과 협업이 좀더 돼 있기에 이런 관점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모바일 신분증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모바일 공무원증을 시범 도입했다. 내년엔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할 계획이다. 행안부가 발급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 등 다른 신분증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 기획재정부에서도1일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시스템' 구축에 신규 예산 22억 4,000만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부가 신분증만 만들어야지 신분증을 담는 지갑까지 세세하게 규정하면 제2의 공인인증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민간 인증 시장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단 설명이다. 그는 “모바일 신분증은 정부 중심의 서비스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DID 업체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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