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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대주주까지 현미경 검증…'빅4'도 사정권

[무법지대 암호화폐-은성수 경고후 첫 규제 나선 은행]
은행聯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
코인 안전성·내부통제 등 심사
거래소 무더기 퇴출 가능성 커져
2030 반발에도 "최소 시스템 필요"
정부, 과세도 예정대로 진행 방침

  • 김광수 기자,김상훈 기자
  • 2021-05-02 17:36:25
은행, 암호화폐 거래소 대주주까지 현미경 검증…'빅4'도 사정권


암호화폐 광풍에 정부와 금융 당국이 연일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금융권이 자체 검증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경고 발언 이후 나온 사실상의 첫 자발적 규제로 은행권은 암호화폐 거래소 검증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검증 준비를 마쳤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지난 3월 시행됐지만 감독 당국이 내부 통제 등 실명 계좌 발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서 공동으로 검증 기준을 세운 것이다. 이 같은 지침에 따라 소규모 거래소는 물론 대형 거래소들도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든 2030세대의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 금융 당국에서는 거래소 검증이나 과세 도입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시스템 마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 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지침)’을 내려보냈다.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 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 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감독 당국이 이와 관련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에 실명 계좌 발급을 신청하는 거래소들이 번번이 돌아섰다. 3월 25일 시행된 후 유예 기간을 오는 9월까지 못 박았지만 아직까지 신고 서류를 제출한 거래소는 ‘제로(0)’다.


은행연합회가 외부에 공동 지침 마련을 위한 컨설팅 용역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마련된 지침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을 핵심 점검 사항으로 명시했다.


검증 체계를 갖춘 은행들은 최대한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100~200개로 추산되는 군소 거래소뿐 아니라 현재 NH농협은행·신한은행·케이뱅크와 실명 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4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4대 거래소도 특금법 유예 기한인 9월 말까지 거래 은행과 실명 계좌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현행 시스템만으로는 실사·검증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자산 인출에 대비해 유동자산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금융 당국의 정책 기조에 따른 사실상의 규제나 다름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해석이다. 최근 정부와 금융 당국의 주요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연일 강조해왔다. 지난달 22일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라는데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들이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고 말했다.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며칠간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나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다른 금융 상품과 다른 만큼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암호화폐의 주된 투자층이 2030세대이고 최근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정부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한 규제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부와 금융 당국도 마냥 손놓고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거래소 검증 기준 마련 역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정부 지침이 필요한 시점에 나온 조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방안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직무대행은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암호화폐) 과세는 (투자자 보호 논란과) 별개의 문제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 1월부터 과세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당 주요 관계자 역시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을 강조하며 과세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암호화폐 관련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내년 암호화폐 거래에서 기본 공제 250만 원을 초과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2023년 5월 이를 신고·납부하게 한다고 예고했다.



/김광수 기자 bright@, 김상훈 기자 ksh2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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