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상장,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소 코인을 발행한 거래소들은 사업자 신고 마감 기한인 9월까지 해당 코인을 모두 상장 폐지해야 하는데요.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배경은 무엇인지, 현재 거래소 코인이 거래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어디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한 주 간 이슈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 주 정리입니다.
지난 3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암호화폐 거래소 20곳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신고한 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이번 회의는 신고를 독려하고 구체적인 금융 당국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대면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금융 당국이 거래소들에 배포한 자료엔 특금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9월 24일까지 완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사업자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에 대해 매매, 교환을 중개, 알선하는 행위 금지 ▲가상자산사업자 및 임직원의 해당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행위 금지 등 내용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고 시 관련 조치를 이행해야 합니다. 즉, 9월 24일까지 신고를 마치려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그 이전에 거래소 코인을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왜 거래소 코인 금지 방침을 들고 나온 걸까요? 거래소 코인은 회원들에게 거래 수수료의 일부를 돌려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혹은 해당 코인을 보유한 수량만큼 다른 코인으로 배당해 회원을 모집하는 등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됐죠. 문제는 본래 의도와 다르게 거래소 코인이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겁니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볼까요? 지난 2018년 설립된 뉴비트란 거래소는 뉴비토큰을 발행했는데요. 백서에 명시된 내용과 달리 뉴비토큰 206만 3,000개는 뉴비트 대표 배우자 계정에 지급됐습니다. 거래소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의 일이죠. 회원 수도 부풀렸습니다. 뉴비트는 거래소 수수료 수익을 뉴비토큰 보유자에게 이더리움(ETH)으로 매일 배당하겠다고 홍보했습니다. 회원 수가 많다는 것은 곧 거래량이 많다는 의미이니 뉴비 토큰을 매수할 유인도 높아지죠. 이처럼 뉴비트는 허위 사실을 공지해 투자자를 현혹하고, 각종 이벤트로 뉴비토큰 시세를 올렸습니다. 이후 배우자 계정에 지급된 뉴비토큰을 팔아 금전적 이득을 취했습니다.
올해 4월 서울고등법원 형사 5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뉴비트 대표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물론 거래소 코인을 발행한 모든 거래소가 범법 행위를 저지른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정부에서도 거래소 코인 금지 방침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럼 현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가운데 자체 코인을 발행한 곳은 어디가 있을까요? 지닥(지닥토큰), 포블게이트(와플), 코인빗(덱스, 덱스터, 넥스트), 캐셔레스트(캡) 등이 있습니다. 이들 거래소 가운데 빠르게 움직인 곳은 지닥입니다. 지닥은 지난 9일 지닥토큰을 상장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거래소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특금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신고를 마치고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거래소 코인을 곧 상장 폐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거래소 코인을 금지하게 된 배경, 그리고 거래소 코인이 상장돼 있는 거래소들을 살펴봤습니다. 거래소 코인에 투자한 분들은 이러한 점 확인하시고, 투자 시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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