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프로젝트에게 개발비 명목으로 청구한 비용 규모를 두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드래곤베인으로부터 개발 운영비 명목으로 비트코인 6.145BTC를 받았다. 당시 시가로 2억 2,000만 원 상당이다. 드래곤베인 측은 자체 발행한 코인 드래곤베인(DVC)을 빗썸에 상장하는 대가로 금전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빗썸은 “프로젝트 개발, 운영비를 청구한 것일 뿐 상장을 대가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빗썸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인보이스도 있다”고 강조했다. (★디센터 기사 참조: [단독] 드래곤베인 "빗썸에 상장 대가로 2억2,000만원 제공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해당 비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더리움 계열의 토큰인 경우 별도로 개발할 부분이 많지 않다”며 “빗썸 정도의 개발력이라면 ERC-20 토큰은 하루에 하나씩도 토큰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드래곤베인(DVC)은 이더리움 표준인 ERC-20 계열 토큰이다. 기존에 빗썸에 상장돼 있는 상당수 코인이 ERC-20 계열 토큰인 만큼 새로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보장되는 현 상황에서 기술 지원비는 암호화폐 거래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참여하는 인력 구성 및 경력, 기술지원 범위에 대한 비용 산정 등으로 차등될 수 있는데 (빗썸은) 당사 대비 월등히 비싼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를 획득한 거래소를 중심으로 기술지원비가 현재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업자 유지를 위한 기술 및 솔루션 도입을 근거로 현재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는 만큼 거래소 자율적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표준화된 가격 기준이 없다”며 “각 회사의 내규와 프로젝트의 개발 수준 등에 따라 개발 비용은 다르게 청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빗썸이 청구한 개발비용이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과한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상장피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만큼 거래소가 관련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당한 비용 청구라면 기준을 공개해 오해를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빗썸은 올해부터 개발 및 운영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빗썸 관계자는 “지난 2020년 7월 30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발 및 운영 비용을 받았지만 이조차도 시장에서 상장피로 오해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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