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특금법이 촉발한 변화가 조금씩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강화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국내 4대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모두 오랜 기간 닫혀있던 오프라인 고객지원센터 문을 열기 시작했다. 디센터는 지난 21일 빗썸이 서울 강남구에 새롭게 개장한 고객지원센터를 찾아 특금법 이후 거래소의 대고객 서비스 방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빗썸 고객지원센터는 리뉴얼을 거쳐 지난 12일 개관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6층짜리 건물의 1층과 2층을 고객지원센터로 사용한다. 기존 고객센터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온라인·오프라인·콜 상담을 모두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했다는 것이다. 고객 상담 인력 뿐 아니라 기술 관리 인력도 건물 위층에 함께 상주한다. 온오프라인 상담 인력은 모두 합해 10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있다.
강두식 빗썸 운영실장 겸 고객지원센터장은 “모두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에 문의 처리 시간이 최소화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문의가 들어오면 각 부서에 접수되고 확인하는 과정이 지연될 수 있고 변경 사항이 블록체인에 반영되는 데에 시간이 들 수 있는데 이걸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통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고객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한 기자가 의외라고 생각했던 점은 센터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뷰 전 확인할 수 있었던 오프라인 상담 창구는 1층에 자리잡은 단 두 개 뿐이었다. 2층도 소파와 스크린으로 구성된 라운지가 공간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묻자 강 센터장은 상담 내용에 따라 이용 공간을 나눠놨다는 설명을 내놨다. 강 센터장은 “1층 창구는 단순 민원 처리에 한정돼 두 개만을 만들어 놓은 것이고 2층에선 고객 보호·민원·사고 상담을 진행한다"며 “또 세미나 룸이 있어 상담을 예약하면 그곳에서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2층에 오르자마자 보이는 라운지는 암호화폐 가격 차트가 표시되는 대형 스크린 주변을 긴 의자가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코로나 영향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하루 약 50명에서 100명 정도의 고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빗썸은 라운지에서 올바른 투자 방법을 안내하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간단한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강 센터장에 따르면 이번 센터 오픈에는 물리적 비용과 인적 비용을 모두 합쳐 수 백에서 수 천억 규모의 비용이 들었다. 빗썸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에 대해선 이미지 쇄신을 이유로 들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고객이 뒷전이라는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빗썸이 올바른 투자 문화를 선도해야겠다는 책임이 느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아직까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받지 못한 빗썸이 많은 비용을 쓴 데에는 수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뒷받침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대해 강 센터장은 “사업자 신고 수리 준비는 잘 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심사는 심사고, 고객은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고객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빗썸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고객지원센터가 전국의 고객센터 지점 설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는 있을까. 강 센터장은 “암호화폐 투자의 경우 온라인만으로는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오프라인 센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확장이 필요하다면 전국 지점, 해외 지점이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고객지원센터를 안내한 강 센터장은 빗썸을 ‘말이 통하는 거래소’라고 표현했다. 빗썸은 비즈니스적으로 고객을 대응하는 타 거래소들과 달리 고객들이 마치 자신의 어머니나 아버지, 옆집 누나, 형과 같이 대응하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통합 고객지원센터 오픈도 고객 서비스에 대한 빗썸의 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고 말한다.
강 센터장은 “빗썸에서 7년 간 고객 대응 업무를 담당하면서 항상 들었던 얘기는 다른 거래소보다 ‘빗썸이 그나마 고객들과 말이 통하는 거래소’라는 말"이라며 “내 말과 하소연을 들어주고 말이 통하는 것 같은 친숙한 거래소인 점이 빗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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