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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 크립토] 규제에 전쟁에···스테이블 코인,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최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압박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미국 당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려는 이유는 뭘까. 법정화폐인 달러는 미국 연준(Fed)이 발행하지만, 달러와 연동된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이나 정부가 아니라도 민간 주체가 발행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발행사가 준비 자산을 제대로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상환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시장에 충격이 발생한다면 뱅크런(대량 인출)이나 펀드 환매로 이어져 미국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가장 잘 알려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테라(Terra)는 지난 23일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준비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프라이빗 세일을 이용해 10억 달러(약 1조 1,9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향후 하락장이 올 경우 담보자산이 없는 UST의 가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름의 사전 조치를 취한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 개수는 70개가 넘고 시가총액은 1,800억 달러(214조 5,6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는 스테이블 코인은 일부가 될 것이다. 과연 어떤 스테이블 코인이 안정적으로 가격을 잘 유지하면서 제대로 작동할까


‘법정화폐 담보(Fiat-Collateralized)’ 스테이블 코인


현재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 코인인 USDT는 법정화폐인 미국 달러 1USD 가치와 고정(Pegging)되어 있으며, 실제 예치된 달러 액수만큼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 그러나 발행주체가 테더(Tether)라는 회사이므로 중앙화돼 있고, 현재 유통 중인 USDT만큼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불투명한 구조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작년 10월 테더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예치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4,100만 달러(488억 7,200만 원)의 벌금을 내고 합의를 했다.

이에 반해 USDC는 USDT와 같이 법정화폐 달러를 담보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테더와 달리 발행주체가 여러 회사들로 구성된 연합체라는 차이점이 있다. USDC는 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 등이 참여한 ‘센트레’라는 컨소시엄이 발행하므로 테더보다 덜 중앙화돼 있다. 이런 차이점 덕분에 USDT는 테더의 잡음이 계속되는 것과 대비해 USDC가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 1월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담보(Crypto-Collateralized)’ 스테이블 코인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담보 자산’으로 법정화폐 대신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인 다이(DAI)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을 담보로 탈중앙화조직 DAO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며, 1DAI 당 1USD의 가치를 가진다.

다이(DAI)의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은 두 가지다. 초과 담보비율을 설정해서 자산 준비금에 대한 신뢰성을 높였다. 또한 만약 담보 자산인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 담보비율이 최소 담보비율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담보자산은 자동 청산되고 차액은 사용자에게 반환되도록 스마트컨트랙트를 설계해놓았다

하지만 지난 2020년 3월 크립토 하락장 속에서 이더리움이 폭락하자 이더리움 담보가치도 급락해 다이(DAI) 사용자들은 손쓸 겨를도 없이 대량 강제청산이 일어나기도 했다.

‘알고리즘 (Algorithmic)’ 스테이블 코인


담보 자산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를 받쳐주는 담보물이 존재하므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량을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어 자산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담보 자산이 없는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했는데, 중앙화된 주체 대신 알고리즘이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와 공급을 조정함으로써 목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성공 사례로는 테라의 스테이블코인 UST가 있다. 테라USD로 불리는 UST는 테라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루나(LUNA)와 1달러의 가치로 교환된다. 이 때 UST가 발행 되면 LUNA가 소각되고, UST를 상환하면 LUNA가 새로 발행되는 구조이다. 암호화폐인 LUNA의 수요와 공급 조절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인 UST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담보 자산 없이도 발행을 할 수 있으므로 자산 효율성은 높지만,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기준이 되는 담보 자산이 없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UST는 대체로 목표 가격이 1달러 가치를 유지하지만, 작년 5월 크립토 폭락장 때는 1달러 페깅이 깨져 0.94달러로 내려간 적도 있었다. 이 때 일부는 알고리즘도 만능일 수는 없다는 인식과 함께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부분 알고리즘(Fractional-Algorithmic)’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 드러나자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으로 일부는 자산담보, 일부는 알고리즘을 혼합한 ‘부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모델이 등장했다. 혁신을 외치면서 수많은 모델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프랙스(FRAX)이다.

프랙스(FRAX)는 초기 단계에서는 USDC 같은 여러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자산으로 하여 1대 1로 발행을 한 후, 다음 단계에서 담보비율이 100%에서 낮아지면 알고리즘을 작동시켜 거버넌스 토큰인 FXS의 물량을 소각하는 구조이다.

프랙스(FRAX)는 1시간 단위로 담보비율을 조정하여 갑작스런 가격 변동에 대응하고자 한다. 만약 FRAX 가격이 1달러보다 높으면 시장에서 수요가 많다고 보고 담보비율을 낮추고, 1달러 보다 낮으면 시장의 수요가 적다고 보고 담보비율을 높인다.

예를 들어 담보비율을 80%로 가정할 경우 FRAX의 80%는 USDC와 같은 담보자산으로, 20%는 FXS 공급을 관리하는 알고리즘으로 지지되는 구조이다.

프랙스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가 증가할 땐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수요가 감소할 땐 담보비율을 높게 조절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다. 알고리즘과 담보자산 모델의 장점만 취한 셈이다. 실제로 2021년 10월 이후 프랙스의 시가총액은 500%가까이 성장하여 26억 1185만 달러(3조 1,159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최근 스테이블 코인 중 두드러지는 성장률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하락장이 펼쳐졌을 때도 프랙스가 이 수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의 트릴레마


스테이블 코인의 목표는 한 가지다. 변동성이 높은 다른 암호화폐들과는 달리 자산 가격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저간 스테이블 코인 수십 종의 목록을 보면 이게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다양한 메카니즘을 시도하는 스테이블 코인들이 혁신을 외치며 등장했지만, ‘가격 안정성’, ‘자본 효율성’, ‘탈중앙화’라는 세 가지 난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나마 어느 정도의 탈중앙화를 달성하면서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USDC가 종합점수 측면에서 앞서있는 상황이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시하며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크립토 산업은 아직 이렇게 규모가 큰 전쟁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적이 없다. 코인 가격이 또 다시 불안해지는 가운데 USDT, USDC, DAI, UST 등 주요 스테이블 코인들은 모두 충분한 안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고자 소개: 블리츠 랩스(Blitz Labs)는 글로벌 블록체인 팀들의 한국 /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블록체인 어드바이저리 펌입니다.
블리츠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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