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3만 3,000달러선까지 밀렸던 비트코인의 하락 추세가 멈췄다. 비트코인은 지난 4일 4만 달러를 돌파해 10일 오전 기준 4만 3,000달러에서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승 기대감도 나오지만 갈 길이 멀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세는 모두 작년 11월 고점 대비 34% 이상 하락한 상태다.
독특한 것은 이런 크립토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은 활성화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유명 NFT 프로젝트인 BAYC(Bored Ape Yacht Club)의 올해 1월 바닥 가격(floor price)은 50%이상 올랐고,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에서의 거래량도 되레 늘었다. 이더리움 가격은 떨어졌는데도 NFT 거래량이 늘어나는 바람에 이더리움 가스비(수수료)가 증가하는 희귀한 사례도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구글 트렌드의 검색량 통계를 보면 ‘NFT’라는 단어가 ‘CRYPTO’ 보다 높은 검색량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NFT거래소 오픈씨의 거래 사용자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거래량은 사상 최대인 55억 달러(6조 5,813억 원)를 기록했다. 그 외 룩스레어와 매직에덴 등 신흥 NFT거래소를 포함한 1월 거래량은 역대 최대인 74억 달러(8조 8,548억 원)로 급증했다. 이는 작년 8~9월 사이 불었던 NFT 열풍을 능가하는 상승세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이런 NFT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NFT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NFT를 PFP(Picture for Profile)형태로 사용하는 기능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레딧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NFT프로필 사진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 공언했다. P2E(Play to Earn)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엑시 인피니티의 여파로 올해 2분기부터는 다양한 P2E 게임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이들 대부분이 게임 내에서 NFT를 사용한다.
과거 미국 서부에 금광 열풍이 불었을 때 정작 큰 돈을 모았던 것은 청바지 판매자들이었다고 한다. NFT의 인기가 지금처럼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어떤 분야에 투자 기회가 많아질까. 요즘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분산형 파일 시스템(IPFS, Inter Planetary File System) 분야다.
NFT는 알고 보면 사실 상당히 단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정 블록체인 안에 NFT 소유자와 NFT 내용이 있는 하이퍼링크를 저장시켜 놓은 것이다. 가령 NFT로 만들어진 고흐의 그림을 내가 구입했다고 치면, 그 권리 관계만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고흐의 그림 데이터 자체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별도의 디지털 저장소에 저장된다.
만약 그 ‘저장소’가 해킹을 당해 데이터가 유실되거나 나의 NFT 데이터가 위변조 된다면 언제든지 NFT는 훼손될 수 있다. 영원히 나의 NFT일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 링크를 눌러도 내 NFT를 열 수 없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수억 원을 지불하면서 NFT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위치기반 저장방식인 HTTP URL을 사용해 NFT 콘텐츠 내용들을 저장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분산형 파일 저장 시스템인 IPFS이다. IPFS는 전 세계에 탈중앙화된 데이터 스토리지(Data Storage) 공간에 콘텐츠 해시값에 연동되는 파일들을 분산시켜 저장한다.
IPFS는 중앙화된 클라우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고, 웹3.0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NFT 흥행과 함께 NFT 메타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 코인으로 파일코인(Filecoin)과 알위브(Arweave)가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가지 IPFS 중에서도 알위브가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알위브는 IPFS시스템으로 NFT 소유권 증명 기능을 충실히 해낼 수 있다. 알위브는 IPFS라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소에 NFT 메타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함으로써 데이터 유실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알위브는 NFT 고유의 해시값이 이미 부여된 채로 데이터 저장소에 보내므로, 수정 또는 위변조에 대한 가능성을 낮춰준다.
둘째, 알위브는 작년 NFT 불장 속에서 흥행했던 솔라나와 협업하고 있고 솔라나 NFT 제작용 디앱 플랫폼인 메타플렉스(Metaplex)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메타플렉스는 NFT를 제작할 수 있는 툴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곳이다. 메타플렉스의 대표적인 툴인 캔디머신은 알위브에 저장된 이미지와 메타데이터 파일을 가져와 NFT로 결합한다. 실제로 솔라나 NFT 거래소 솔씨(Solsea)에서 출시된 1만 개가 넘는 NFT컬렉션들이 이 방법을 사용해 출시되었다. 그 결과 알위브 거래량은 작년 9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치솟기 시작해 올해 1월엔 2,800만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알위브는 영구적이면서 탈중앙화된 데이터 저장소로서 NFT성장과 함께 NFT 소유권 보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프로젝트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 NFT 가격이 ‘금값’이라 투자하기 꺼려진다면 NFT ‘청바지’ 사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고자 소개: 블리츠 랩스(Blitz Labs)는 글로벌 블록체인 팀들의 한국 /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블록체인 어드바이저리 펌입니다.
- 블리츠 기자
- wo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