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 김정주(사진) NXC 이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NXC가 최대주주로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향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이사가 평소 계열사의 경영에 큰 개입을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사후에도 NXC의 ‘친(親) 가상자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NXC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업게에 따르면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코빗의 지분의 약 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이사는 지난 2017년 NXC 대표 시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인수를 추진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도 사들였다. 블록체인 분야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눈 여겨보고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섰던 것이다.
현재 코빗은 NXC와 전사적 차원에서 긴밀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빗의 메타버스 플랫폼 '코빗타운'에 플레이투언(Play to Earn·P2E) 모델을 도입하는 등 NXC와의 협업으로 게임적 요소를 강화하기도 했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NXC와 협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의 관심은 NXC가 계속해서 가상자산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인지 여부다. 지난 2017년 코빗 인수 이후 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투자 결정은 김 이사가 주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재가 그동안 NXC가 그려왔던 가상자산 사업 구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코빗은 김 이사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는 데다, 현재 코빗의 실질적인 경영을 오세진 대표가 맡고 있는만큼 그의 부재가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빗 관계자는 "NXC가 코빗의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SK스퀘어가 2대주로 진입하며 지배구조가 견고하게 확립된 상태"라며 "김 이사의 부재로 사업상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XC측도 코빗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NXC 관계자는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 이른 단계"라면서도 "계열사가 워낙 많기도 하고, 평소 계열사의 운영에 대해 세세하게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코빗에도 영향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도 김 이사가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투자 기조도 유지할 것으로 본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XC의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코빗의 운명이 바뀔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김 이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대부분 보유한 NXC 지분의 상속세만 수 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이사가 생전에 “두 딸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온 만큼 유족들도 회사를 승계하는 대신 제3자에게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의 매각이 결정된다면 NXC의 새 주인이 가상자산산업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따라 코빗의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고 가상자산사업의 미래가 밝은만큼 회사가 매각되더라도 알짜 계열사인 코빗을 시장에 팔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암호화폐 산업 진출을 타진 중인 대기업들이 NXC의 코빗 지분을 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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