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증명(PoS) 전환을 눈앞에 둔 이더리움과 달리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1세대 암호화폐는 아직까지 작업증명(PoW)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PoW는 막대한 전력 낭비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PoW는 컴퓨터 연산을 통해 해당 작업에 참여함을 증명함으로써 암호화폐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PoW에서의 ‘작업’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새로운 블록을 추가하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이용해 암호화폐의 거래 장부인 블록체인을 끊임없이 생성·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컴퓨팅 연산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를 ‘채굴’이라 한다. 쉽게 말해 PoW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얻어가는 채굴 방식이다.
PoW는 높은 보안성을 자랑하지만 채굴 시 상당한 전력이 낭비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PoW 방식에서는 연산을 가장 먼저 푼 채굴자가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가져간다. 이 때문에 나머지 채굴자들이 소비한 전력은 사실상 버려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채굴을 위해서는 전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므로 채굴 경쟁 속에서 막대한 전력 낭비가 발생한다.
비트코인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도 PoW 채굴 방식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수만 대의 고성능 컴퓨터는 물론 채굴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시설까지 24시간 내내 가동된다. 초기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낮아 채굴 경쟁이 심하지 않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력 소모량도 폭증했다. 그 결과 현재는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 사용량이 스웨덴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인류가 알고 있는 어떠한 방식보다도 거래당 전력을 많이 사용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가상자산 산업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문제가 대두되면서 PoW 채굴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 전반에서는 PoW 방식의 암호화폐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유럽 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3월 가상자산 규제안 ‘미카(Markets in Crypto Asset Regulation·MiCA)’ 법안을 마련하면서 PoW 방식의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진했다. 지나친 전력 소비로 인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채굴 단속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주 의회 환경보존위원회는 3월 22일 PoW 기반 암호화폐 채굴을 2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상원에 발의했다. 상·하원 투표와 주지사 서명 절차를 거친다면 뉴욕에서 비트코인이 채굴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은 텍사스 등과 함께 미국 내 암호화폐 채굴량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세계 2위 채굴국인 카자흐스탄도 최근 비트코인 채굴용 전기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카자흐스탄 당국은 채굴업을 공식 산업으로 인정하고 자국 내 채굴업자 유치에 힘쓰는 등 우호적인 입장이었으나 카자흐스탄 전 지역에서 극심한 전력난이 지속되자 입장을 선회했다.
-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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