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김형년(사진) 부회장이 코인 리딩방 운영사(트리거) 투자로 이해상충 논란을 빚은 퓨처위즈에서 최근까지 사내 이사직을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두나무는 그동안 퓨처위즈에서 투자한 트리거가 코인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지난 3월에야 뒤늦게 인지했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최근까지 퓨처위즈의 등기 임원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업비트의 이해상충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디센터가 단독 입수한 퓨처위즈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형년 부회장은 2013년 1월23일부터 지난 3월31일까지 사내 등기이사를 역임했다. 앞서 2005년 4월27일부터 2008년 4월27일까지 사내이사를 한 차례 더 지냈다. 두나무 자회사인 퓨처위즈가 코인 리딩방 운영사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두나무 측은 퓨처위즈를 창업한 김 부회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최근까지 퓨처위즈의 사내 등기이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해명은 힘을 잃을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등기임원은 회사의 경영상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리인데 김 부회장이 2002년 퓨처위즈를 창업한 이후 최근까지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김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로 있던 시기가 퓨처위즈의 트리거 투자 시기는 물론 두나무의 업비트 출시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퓨처위즈는 2015년 트리거에 지분 투자를 한 이후 2017년 말 두나무에 인수됐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계속해서 퓨처위즈의 사내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트리거는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코인 리딩방을 운영했는데, 모두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출시 이후의 일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관리, 감독해야할 거래소의 자회사가 특정 코인의 투자를 권유하는 리딩방 운영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은 거래소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이다. 더욱이 거래 중개 역할을 해야 할 거래소의 주요 임원이 코인 리딩방 투자 기업의 사내 등기이사로 등재돼 유사투자자문행위를 사실상 방치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하지만 두나무 측은 “김 부회장은 퓨쳐위즈의 창업자여서 사내이사가 당연하다”면서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트리거는 2015년 퓨쳐위즈가 투자한 회사이고, 모두 업비트 출시 전의 일”이라면서 “자회사인 퓨처위즈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트리거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권오훈 차앤권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금융회사였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의 투명한 경영 관점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원규 제이엘 변호사는 “거래소는 모든 거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에 업비트가 손자회사를 통해 리딩방을 운영한다면 정보가 조금이라도 흘러가는 순간 시세 조작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그러한 정보가 리딩방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중개인 역할을 해야 할 거래소가 거래에 참여하는 상황이 되므로 업비트를 이용하는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라면서 “실제로 리딩방에서 업비트의 거래정보를 이용하였는지와 무관히, 자회사가 리딩방 운영을 하는 회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겠다는 거래소의 도덕적 해이로 보여질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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