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은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클레이튼(KLAY)은 올 초 글로벌 확장의 기치를 내걸고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크러스트로 개발과 운영 일체를 이관했다.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구오코 타워에 위치한 크러스트 본사에서 만난 서상민 크러스트 클레이튼책임자(Chief Klaytn Officer, CKO)는 “글로벌 기업 본사와 아시아 지사가 몰려있는 싱가포르는 협업의 기회가 많다”며 “동남아에서 클레이튼의 입지를 넓힐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라운드X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서 CKO는 이곳에서 클레이튼 개발자 50여명과 함께 지낸다. 그는 크러스트의 또 다른 장점으로 ‘집중’을 꼽았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메인넷뿐 아니라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과 대체불가토큰(NFT) 유통 서비스 ‘클립드롭스(Klip Drops)’ 등 다루는 서비스가 많았다. 반면 크러스트는 오로지 클레이튼 뿐이다. 서 CKO는 “힘이 분산될 수 밖에 없었던 그라운드X와 달리 크러스트는 오직 클레이튼만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높고 일처리도 빠르다”고 전했다.
서 CKO는 한창 클레이튼2.0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반기까지 프로토콜 안정성과 성능 등에 집중했고 지금은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 디앱)과 게임 개발에 힘쓰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늘려가는 데에는 클레이튼성장펀드(KGF)를 활용한다. 투자 집행이 KLAY를 통해서 이뤄지는 만큼 KLAY 가격 급락에 대한 ‘KGF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서 CKO는 “시장에 일부 풀리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엔 프로젝트 운영에 쓰이는 등 현금화가 꼭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웹3.0 프로젝트와 다오 등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50군데 정도로 거버넌스 카운슬 멤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크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클레이튼의 개발과 운영을 비영리기관인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으로서 탈중앙화된 상태로 자생할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는 카카오와 크러스트가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서 CKO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내내 이곳이 왜 블록체인 허브가 될 수 있었는지 절감하고 있다. 그는 정부의 선진적인 규제 환경을 핵심으로 지목했다. 서 CKO는 “싱가포르는 아직 모르거나 정해지지 않은 사업 영역은 일단 허용한 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자는 자세”라며 “정부가 새로운 산업을 폭넓게 수용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 기업을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도 다른 나라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이다. 서 CKO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과 미팅을 할 때마다 매번 ‘(정부가) 웹3.0 비즈니스를 위해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물어보는 게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역시 싱가포르 같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서 CKO는 판단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환경은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하는데, 법을 먼저 만들고 산업을 육성하려다 보면 다른 나라에 선수를 뺏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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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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