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사업을 신규 자회사 크러스트(Krust)로 옮긴 배경을 놓고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그룹 차원의 자회사 재편이라지만 지난 4년간 사업을 주도해온 계열사를 제쳐두고, 설립한 지 반년 밖에 안된 또다른 자회사에 미래 핵심 사업을 통째로 넘긴 결정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클레이튼을 축으로 한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 방향을 둘러싸고 김범수 의장과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사이에 이견이 있었고, 이번 자회사 재편으로 이어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온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지난 1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그라운드X가 시작하고 주도해왔던 클레이튼을 크러스트로 완전히 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크러스트는 지난해 7월 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다. 카카오는 클레이튼을 크러스트로 옮기면서 카카오 현직 임원들을 대거 배치했다.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이 크러스트 대표를 맡았고, 신정환 카카오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크러스트에 합류했다. 최근엔 그라운드X에서 클레이튼 기획 단계부터 함께 했던 서상민 CTO도 옮겨갔다. 한 대표는 “크러스트 내에서 클레이튼은 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며 “클레이튼 개발과 사업, 생태계 확장 등 클레이튼 관련 모든 일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라운드X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에 올인한다.
업계에선 기존에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하던 그라운드X가 크러스트에 밀려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그라운드X를 이끄는 한재선 대표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사업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의견 충돌이 있었고, 전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크러스트가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클레이튼 펀드의 자금이 그라운드X에서 나왔다는 소문도 돈다. 그라운드X는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해 노드 운영을 하고 보상으로 암호화폐 클레이튼(KLAY)를 받아왔다. 이렇게 모은 클레이튼(KLAY)을 크러스트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최근 크러스트는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프로젝트 ‘클레이스왑’, ‘코코아 파이낸스’ 등에 투자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자산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라운드X 측은 이같은 소문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클레이튼 사업 이전은 지난해 초부터 카카오와 논의해 왔던 사안”이라며 “얼토당토않는 소문”이라고 말했다. 크러스트 펀드의 출처에 대해서도 ”그라운드X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라운드X는 NFT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채용 인원도 최근 두 배 늘렸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톡에 탑재된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Klip), NFT 마켓플레이스 클립드롭스(Klip Drops) 등을 중심으로 NFT 사업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주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사업도 변동 없이 진행하고 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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