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지난 주 또 한번 상승 주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비트코인포커스를 전해드렸던 9일부터 현시점까지 7일간 비트코인 3.29%의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가격은 2만4104달러 대로 그동안 업계에서 '통곡의 벽' 처럼 여기던 2만4000달러도 넘은 모습입니다. 주말새 2만50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하락하긴 했지만 상승 기대감은 적지 않은듯 합니다.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인 '머지(merge)' 이슈를 앞두고 있는 이더의 상승률은 더욱 큽니다. 같은 기간 가격기 1781달러에서 1901달러 대로 올라 상승률이 6.7%에 이릅니다. 비트코인은 물론 최근 4주 연속 상승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뉴욕 증시 S&P500의 같은 기간 상승률 4.3% 마저 뛰어넘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 심리도 조금은 개선된 모습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심리를 나타내는 보조적 지표 중의 하나인 '크립토 공포와 탐욕지수'는 16일 현재 45포인트로 올 4월 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공포 쪽에 가깝지만 루나사태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충격이 이어지던 6월 19일 9포인트보다는 확연히 개선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수익률도 좋아졌습니다. 비트코인의 수익률 대비 알트코인의 수익률 호조 여부를 나타내는 참고 지표인 알트코인시즌 지수는 현재 8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위 50개 코인 중 82%가 지난 90일간 비트코인보다 수익률이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세는 지난 주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데 따른 결과 입니다. 주식시장 상승세의 이유와 동일합니다. 현재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개별 시장의 특성이 크게 반영되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거시경제 요인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장이 알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입니다. ‘그래서 연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입니다.
연준은 우리 한국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 금융기관들이 돈을 구하기가 쉬워지고 시중에 자금이 많아 집니다. 이 경우 현금을 보유하는 대신 채권 등 다른 자산으로 옮겨서 자산을 저장하려는 수요가 생기고 투자 성향에 따라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자산 투자 수요가 늘어납니다. 그러면 채권 값이나, 주식, 암호화폐의 수요가 많아지니 가격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2020년 3월 코로나 이후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 등은 풍부한 시중의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오른 측면이 큽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현금이 귀해지면서, 채권이나 암호화폐 등에 넣어 놓은 돈을 빼게 됩니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지금은 연준이 금리를, ‘아주 급격히’ 올리는 상황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려는 이유는 물가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6월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미국은 물가 때문에 비상입니다. 연준이 올 들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이 그 여파로 상반기 급락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있습니다.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될 것인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금리 인상 행보에서 가속 페달을 뗄 것인가 입니다. 지난 주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을 보면 이 두가지 요소로 그날그날 시장의 분위기가 결정되는 모습이 확연합니다.
지난주의 흐름을 보면 우선 10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5% 올라 지난 1981년 11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전월(9.1%)보다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도 좋은 결과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8.7% 상승이었습니다.
7월 CPI는 한국 시간 8월 10일에 오후 9시 30분에 발표됐는데요, 전후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시면 상승이 확연합니다. 시장이 그만큼 안도했다는 뜻인데요, 이날 이후 여러 수치가 발표됐지만 결정적으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수인 CPI가 하락했다는 안도감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S&P500시장도 개장 전 CPI 지표에 환호하며 전날보다 약 1.5% 오른 채 시작했습니다. 다우존스 등 다른 지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어느정도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을까요. 크립토 분석업체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최근 30일 기준 비트코인 시장과 다우존스 시장의 연관성은 0.82에 이르렀습니다. 연관성 지수가 0에 가까울 수록 두 시장의 움직임에 유사성이 없고, 1에 가까울 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0.8은 상당히 높은 연관성을 나타냅니다. 다우존스는 뉴욕증시의 대표 기업들이 포함된 지수입니다. 골드만삭스, 홈디포, 인텔, 애플, 시스코, 코카콜라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우량주처럼 인식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다기 보다는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자산시장과 상대적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시장이 비슷하게 움직일 정도로 거시 경제 요인이 금융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지난 2020년을 돌아보겠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서 금융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자금이 대거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됐습니다. 현재 비트코인 시장의 미국 달러 점유율은 86.41%에 달합니다. 이 당시 월가의 기업도 대거 유입됐습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는 기업 외에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생기는 등 월가의 진출이 잇따랐습니다. 암호화폐 투자자 구성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는 두가지 의미입니다. 첫째는 달러의 흐름에 암호화폐 시장이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 둘째는 월가의 투자논리가 암호화폐 시장에 적용을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현재 암호 화폐가 거시경제 이슈를 두고 주식시장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주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현지시간 10일 "물가는 여전히 높다"며 "내년에 4%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긴축 행보 강화의사를 내비치자 비트코인 가격이 잠시 출렁인 것 역시 이같은 맥락입니다.
이튿날의 비트코인 하락 역시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잠잠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당일은 미국 생산자소비지수(PPI)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는 ‘굿뉴스’가 나온 시점이었습니다. 최근 급격한 오름세를 이어나갔던 PPI 월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20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연준이 긴축 행보를 늦출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는데요,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여기도 같은 시각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자산운용기관인 블랙록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신탁 상품을 내놓는다는 소식도 나왔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이날 뉴스와는 반대되는 시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해석이 나옵니다.
첫째는 차익실현입니다. 당시 2만4000달러를 한동안 넘지 못하던 비트코인이 2만4500달러를 넘어서자, 일부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가 나왔다는 해석입니다. 오안다의 선임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얼람은 "11일 BTC의 하락은 주말 이후 차익 실현 매물 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2만5000달러로 가기 위한 모멘텀을 얻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차익 실현 매물에도 이후 15일 2만5000달러를 잠시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해석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7월 CPI에 이어 PPI도 둔화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상승했습니다. 전날 2.7%대였던 10년물 금리가 오전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2.9%를 찍은 건데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낮은 10년 물 국채금리=낮은 인플레이션 기대’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0년물이 올랐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채권 금리(수익률)는 통상 기준금리의 움직임을 따릅니다. 기준 금리가 낮아져 시중에 현금이 많이 풀리면 이를 채권 등 다른 자산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이에 채권 가격은 오르는 동시에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준 금리가 오르거나 오를 것 같으면, 기존 채권 투자자들이 추후 더 높은 수익률의 채권으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등 채권 매도에 나섭니다. 그러면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채권 가격이 떨어집니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므로 채권 금리는 오르지요.
이날 10년 물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의미는, 채권 시장에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행보가 계속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컸다는 의미입니다.
결국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더리움의 머지 등 개별 암호화폐의 이슈를 살펴보는 노력과 함께 주식시장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흐름과 연준의 긴축 행보를 더욱 중시하며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월가에서도 이 부분은 엇갈린 의견이 나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공동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한번 또는 두번의 인플레이션 지표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고 확신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통상 연준은 통화정책기조를 바꾸기 전 몇 차례의 연속적인 경제 지표를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시장은 혼자서 멀리 뛰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거시 대비 과도한 상승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리어 인베트스먼트매니지먼트의 릭 리어 최고투자책임자는 "자산이 80% 떨어지고 20%올랐다면 이건 여전히 충분히 오른 수준이 아니다. 그저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것 뿐"이라며 "베어마켓 랠리이든, 새로운 불 마켓 진입이든 그저 앞으로의 거친 거시경제환경을 견딜 수 있는 종목을 찾는데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인플레이션에 핵심 항목인 유가는 이날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됩니다.
연준이 과연 연말까지, 그리고 내년까지 금리 인상폭을 어느정도 올릴 것으로 생각하는지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뉴욕=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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