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장기 하락장을 뜻하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 서서히 걷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와 테라·루나 사태로 인한 투자 심리 악화 등으로 올 초부터 약세를 면하지 못했지만 하반기 들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4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간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에 이어 9월에는 ‘이더리움 머지(Merge·합병)’라는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최근의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의 이런 호재들도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글로벌 거시경제 움직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19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사들로부터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2만 3000~2만 5000달러를 오가고 있고 이더리움은 18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의 경우 900달러대로 떨어졌던 6월과 비교해 10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폴리곤(MATIC) 등 관련 암호화폐도 일제히 상승 곡선을 타면서 ‘크립토 윈터’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졌다.
7일 JP모건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투자 노트에서 “테라·루나 사태가 암호화폐 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제한됐다”며 “비트코인이 바닥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 및 업계 유력 투자 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대표인 샘 뱅크먼 프라이드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는 6일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며 “가격이 조금 더 하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 암호화폐 시장은 투자 심리를 자극할 만한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이 시장을 달궜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 체결로 양사는 블랙록의 투자 관리 플랫폼 ‘알라딘(Aladdin)’에서 암호화폐 거래 및 보관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파트너십 체결 배경에 대해 조지프 찰롬 블랙록 전략 파트너십 책임자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1경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직접 나서 크립토 윈터에 따른 ‘암호화폐 위기설’을 일축한 것이다.
‘이더리움 머지’는 최근 상승장을 이끈 동력이자 하반기 시장 흐름을 좌우할 열쇠다. 9월로 예정된 이더리움 머지는 작업증명(Proof of Work·PoW)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이더리움 메인넷과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 방식의 비콘체인이 합병되는 업그레이드를 말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이더리움 채굴 방식은 PoW에서 PoS로 전환된다. 비트코인 등이 채택하고 있는 PoW가 채굴기의 연산력에 따라 블록 생성 우선권을 부여하는 반면 PoS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스테이킹(예치)된 암호화폐의 수량이 많을수록 블록 생성에 대한 우선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더리움의 PoS 전환은 이더리움 출시 직후부터 계획해온 이더리움의 숙원 사업이다. 머지 이후 개선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이더리움 공급량이 크게 준다. 빗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머지 이후 이더리움 공급량은 약 90%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당 15건 수준이었던 초당 거래 처리 건수(TPS)도 10만 TPS로 늘어난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에 따르면 이더리움 거래 수수료도 현 1~20달러에서 최소 0.002달러 수준으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가지 모두 이더리움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김호중 AM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6월 18일 1만 7500달러 부근을 터치하고 최근 2달 동안 약 40%상승 중”이라며 “이더리움이 하락 추세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크립토 윈터의 종결을 점 치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거시경제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8일 공개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연준의 긴축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예준녕 디스프레드 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은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서 급격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거시경제 지표를 많이 봐야 한다"며 “최근 발표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여전히 CPI 수치와 연준의 금리 인상을 지켜봐야 하는 시기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잡히고 연준이 덜 민감하게 움직인다면 시장이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라이드 대표도 “만약 나스닥지수가 25% 더 하락하고 금리가 7%까지 오르며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면 비트코인이 1만 5000달러 또는 1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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