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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머지’ 한 달···공급량 감소 ‘낙관’ SEC 규제 가능성은 ‘불안’

공급량 줄어 디플레이션 발생

전력 소비량도 99.9% 급감

내년 샤딩 도입시 변화 체감

중앙화 따른 SEC 규제는 우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8월 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KBW2022:IMPACT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ETH)의 최대 규모 업그레이드 ‘더머지(The Merge)’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일부 전문가들이 예측한 이더리움 시세 ‘오버슈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분증명(PoS) 전환에 따른 이더리움 생태계 변화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공급량 감소 등 장기적인 가격 상승 모멘텀이 형성된 반면 증권성이 강화됨에 따라 규제 위험성은 높아졌다. 업계는 내년으로 예정된 이더리움 샤딩 업그레이드 이후 머지에 따른 변화가 본격적으로 체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더리움 디플레이션 발생…전력 소비량도 99.9% 급감=이더리움 머지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관측되는 변화는 이더리움 공급량의 감소다. 이더리움 채굴이 중단되면서 채굴자에 지급되던 보상이 사라진 결과다. 2일 울트라사운드머니에 따르면 이날 6시 40분 기준 이더리움 공급량은 전날 같은 시각에 비해 427.26ETH 감소하며 일시적 디플레이션 상태로 전환됐다. 이더리움 재단에서 밝힌 머지 이전 하루 평균 발행량이 1만 3000ETH임을 감안했을 때 신규 발행량은 103% 이상 급감한 셈이다.



이더리움이 소모하는 전력량도 크게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코노믹스 데이터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0.01TWh다. 머지 이전인 지난 5월 22일 기록했던 최대 에너지 소비량 93.98TWh에서 99.9% 급감했다.

이더리움 트랜잭션 처리가 더욱 안정화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문기 온더 경영전략 이사는 “블록 생성 방식이 PoS로 전환하면서 네트워크 운영 참여자가 채굴자에서 노드 운영자로 바뀌었다”며 “(채굴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블록 생성 시간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균등해진 것도 변화 요소”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서 예측했던 이더리움 가격 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머지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며 이더리움 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13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머지 이전보다 최대 30% 떨어진 수치다. 2일 현재 이더리움은 머지 이전 가격 수준을 회복해 15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공급량 감소 등 머지에 따른 변화가 가격 상승을 이끌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머지 이후 가격에 영향을 주기까지 6~8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현재 이더리움의 상황은 당시 예측한 것과 일치하다”고 평가했다.

◇“머지 이후 변화 체감 못해…내년 ‘샤딩’ 도입이 전환점”=전문가들은 이더리움 사용자가 머지에 따른 변화를 직접 체감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머지 이후 현재까지는 뚜렷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라 관계자는 “이더리움 멀티체인을 준비하면서 머지를 대비하고 있었다"며 “현재 이더리움 가스비(거래 수수료)가 저렴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머지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 이사는 “사용자 입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PoS로의 전환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도 있다”며 “만약 블록 생성에 차질이 있거나 합의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어 여러 포크가 발생됐으면 체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복잡한 PoS 전환 작업이 아무런 이슈 없이 끝났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이후 네트워크 운영에도 별 문제가 없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더리움2.0 전환의 첫 시작이기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 산을 잘 넘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내년 도입될 이더리움 샤딩(sharding)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머지 업그레이드에 이은 ‘더서지(The Surge)’ 업그레이드를 내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서지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이더리움 샤딩이 진행되면 이더리움 검증 속도가 빨라지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샤딩은 이더리움 체인을 여러 하위 체인(샤드)으로 분할하고 노드를 그룹 별로 나눠 샤드 당 한 그룹씩 배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 노드가 검증을 담당하는 트랜잭션 수가 줄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진다.

◇중앙화 따른 증권성 강화…SEC 규제 가능성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변수다. 머지 이후 중앙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더리움의 증권적 성격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을 더 많이 예치(스테이킹)한 주체가 검증자 노드를 차지하는 PoS 구조적 특성상 소수에게 거래 처리 능력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난센에 따르면 이더리움 예치 규모 상위 10개 가운데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등 대기업이 이미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전체 이더리움 예치량의 약 15%에 달하는 이더리움을 예치하고 있다. 검증자 수가 적으면 블록체인 보안성이 취약해진다. 이들 대기업이 수수료 보상을 바라면서 이더리움을 취득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이더리움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SEC가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하위 테스트는 △돈이 투자되고(Investment of money)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이게 되고(In a common enterprise)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Withanexpectationofprofits)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될(From the efforts of others) 경우를 증권으로 분류한다. 힐러리 엘렌 아메리칸 대학교 워싱턴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는 이더리움이 상품이 아닌 증권이라는 강력한 사례로 적용될 수 있다”며 “SEC가 이더리움의 분권화 정도나 검증자들이 얻는 이익에 대해 할 말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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