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29일 부산광역시 주최로 열린 ‘블록체인위크 인 부산(BWB) 2022’ 행사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번 행사는 애초 바이낸스와 FTX, 크립토닷컴 등 손꼽히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참여로 눈길을 끌었지만 막상 실제 행사장에는 볼거리가 없었다는 말이 쏟아진다.
부산시는 그간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글로벌’이 실종된 것은 물론, 동네 잔치에 그쳤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바이낸스와 게이트아이오, 크립토닷컴 등 앞서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해외 거래소들이 대형 부스를 차리긴 했지만 이게 전부였다. 그 외의 부스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국내 유력 기업들도 참여가 저조했다. 행사 참석 인사에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 등 해외 유명 연사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하나 같이 화상으로 진행돼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행사 기간 동안 개최된 사이드 이벤트에서도 이번 BWB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커뮤니티가 근간을 이루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사이드 이벤트는 행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BWB에서 열린 사이드 이벤트는 고작 5개에 그쳤다. 지난 7월 개최된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2’에서 이틀 간 100개 가량의 이벤트가 열렸던 점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너무 적다.
볼 것 없는 BWB의 흥행 참패는 당연했다. 사흘 간 BWB를 찾은 외국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시종일관 행사장은 한산했다. 주최 측은 부스를 돌며 스티커를 모은 관람객에게 행사 마지막 날 열리는 콘서트 티켓을 배포했는데, 워낙 찾는 이가 없다 보니 콘서트 티켓은 처치 곤란일 정도로 남아 돌았다. 대체불가토큰(NFT) 경매는 참가자가 없어 유찰이 반복됐고, 썰렁한 분위기를 애써 살리려는 진행자의 호소는 안쓰러울 정도였다. 부스를 차린 한 기업 대표는 “이렇게 초라한 행사를 찾아온 손님들이 과연 내년에도 부산에 올 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BWB 첫날 개회사에서 ‘블록체인 선두 도시 부산’, ‘전국 최대 규모 BWB’ 등을 언급하며 “부산을 블록체인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BWB는 이런 ‘구호’만 있었을 뿐 전략이나 비전, 디테일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지 올해로 벌써 4년. 이번 BWB가 ‘글로벌 허브’를 꿈꾸는 부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때다.
-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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