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최근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와 인수를 염두에 두고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FTX 파산 사태로 바이낸스의 전세계 1위 거래소 입지가 공고해진 가운데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국내 거래소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을 도모하는 바이낸스가 최근 고팍스 고위직과 만났다. 바이낸스는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해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어서 이번 회동으로 고팍스가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팍스는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중 하나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원화 마켓을 운영하려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하고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은행의 보수적 분위기와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지난해 9월 특금법이 시행된 이후 실명확인 계정을 획득한 코인 마켓 거래소는 고팍스가 유일하다. 고팍스는 올 2월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4월부터 원화마켓을 다시 열었다.
바이낸스 입장에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원화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거래소를 인수하는 편이 효율적 선택지일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도 국내 금융 당국이 영업을 허가해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FTX 파산 사태로 해외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진 만큼 당국 경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바이낸스는 한 차례 국내 법인 ‘바이낸스 코리아’를 설립했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특금법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낸스 입장에서 고팍스가 국내 5대 거래소 중 가장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는 점도 이번 회동이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국내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에 협력할 유인이 떨어진다. 빗썸은 빗썸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정훈 전 의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법적 리스크가 크다. 코인원은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가 53.46%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고, 컴투스가 38.43%를 가진 2대 주주다. 최근 농협에서 카카오뱅크로 원화 입출금은행 전환을 추진하며 점유율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코빗도 NXC·SK스퀘어가 1·2대 주주로 각각 지분의 48%, 35%를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코빗에 투자한 만큼 엑시트(수익 실현)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고팍스는 지난해 말 기준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대표가 지분 41.22% 보유한 대주주고, 디지털 커런시 그룹이 13.90%로 2대 주주다. 공윤진, 박준상 공동 설립자가 각각 9.71%, 8.7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KB인베스트먼트, ZVC(Z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300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받아 지분구조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공동설립자들이 보유한 지분이 상당한 만큼 이들이 엑시트하고 경영권을 바이낸스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바이낸스와 몇 차례 만난 것은 맞는다”면서도 “아무것도 공식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추측이나 소문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