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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분석]①단돈 만원으로···'유튜브 채널·아이돌 육성' 투자 길 열린다

[자본 시장 새 물결 ‘토큰 증권’]

<상>자 산 조각투자 시대 눈앞

이르면 내년부터 토큰증권 제도화

빌딩서 초대형 선박·비행기까지

고가 자산들 잘게 쪼개 거래 가능

무형 자산도 소유하며 수익 올려

"유동성 확보가 성패 관건" 지적



단돈 1만 원으로 인기 유튜브 채널에 투자하고 꾸준히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던 초대형 선박과 부동산 프로젝트에도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유무형자산의 소유권을 잘게 쪼개 거래할 수 있는 ‘토큰증권(ST)’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사업자들은 손쉽게 자본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다채로운 수익을 추구하게 돼 자본시장의 일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토큰증권 제도화를 목표로 법 개정에 착수했다. 토큰증권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은 금액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같은 고가의 자산은 한 번에 거래하는 돈이 커 잦은 매매나 유동화가 어렵다.

그러나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면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소수점 단위까지 쪼개 거래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블록체인 고유의 투명성과 보안성으로 거래 비용도 대폭 낮출 수 있다. 토큰증권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고스란히 기록돼 기존처럼 계약서 수십 장을 작성하고 공증을 받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상당 부분 생략된다. 이 때문에 토큰증권 시장이 열리면 선박과 비행기·위스키 등 수많은 자산을 기초로 한 증권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거래 자체가 어려웠던 무형자산도 토큰증권을 디딤돌 삼아 시장에 등판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면 채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가질 수 있다. 아이돌 육성이나 신작 게임 출시 등 초기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도 토큰증권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비용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자는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브랜드를 간접 소유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비상장기업의 자금 조달도 한결 쉬워진다. 2019년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록스택은 ‘토큰증권공개(STO)’로 28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지분증권이나 채무증권 등 전통 자본시장 상품들이 모두 토큰증권이라는 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국내 모든 증권을 토큰화할 수 있다”며 “규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발행 범위가 결정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토큰증권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시장이 급성장할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키움증권은 전 세계 STO 시가총액이 지난해 3000억 달러에서 2030년 16조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 발 더 나아가 STO 시가총액이 2027년 2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들의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유동성은 토큰증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건으로 꼽힌다. 충분한 ‘사자’와 ‘팔자’가 없으면 거래 가격도 널뛰고 원하는 시점에 매매할 수 없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특히 복수의 중소 플랫폼에서 제각각 유통될 수 있어 가뜩이나 초기 투자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마저도 파편화할 수 있다. 증권사들 간 공동의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토큰증권 시장의 핵심성과지표(KPI)는 발행 건수보다 유동성 창출”이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방점을 둔 제도가 꼭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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