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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는 토큰 언락<물량 해제>에 “김치코인 못 믿겠다”

테라 사태 1년, 국내 프로젝트 잡음 '여전'

엑스플라, 팀물량 3억개 락업 해제

클레이튼, GC 통해 토큰 대량 매도

자율규제 주도할 거래소도 검찰 수사

“암호화폐 관련 입법 시급”

엑스플라(XPLA)가 지난 16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원화 마켓 상장을 알렸다./ 사진 제공=컴투스


클레이튼(KLAY)·엑스플라(XPLA)·페이코인(PCI) 등 대표적인 ‘김치코인(국내 발행 코인)’들이 최근 유통량 회계 공시와 관련해 연달아 구설에 오르면서 시장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 자율규제를 주도해야 할 거래소마저 김치코인 상장 대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자율규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암호화폐 관련법 제정 요구가 거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컴투스의 돈버는게임(P2E) 프로젝트 엑스플라는 최근 총 발행량의 15%에 달하는 팀 물량 3억 개를 외부 지갑으로 이동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컴투스에 따르면 해당 물량은 엑스플라 생태계에 기여한 임직원과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24개월에 나눠 지급된다. 그러나 재단 보유 물량이 물량이 풀려 엑스플라 유통량이 크게 증가한 데에 대한 재단 차원의 별도 사전 공시는 없었다. 토큰 이동 13일 후인 1월 17일 쟁글을 통해 팀 보유 토큰 이동 사실을 공시하긴 했지만 이동 목적이나 수신 지갑 소유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발표한 엑스플라 월간 보고서에도 임직원·파트너사에 대한 팀 물량 지급 관련 언급은 없었다. 묶여있던 유통 물량이 대거 풀리는 ‘언락’은 코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벤트인 만큼 공시가 이뤄지지만 이 같은 기본을 무시한 셈이다. 팀 물량 배분이 이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6일 엑스플라가 빗썸 원화 마켓에 상장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시장에 대량으로 풀린 엑스플라 매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엑스플라 가격은 급락했다. 빗썸 상장 당일 1389원까지 반짝 상승했던 엑스플라 가격은 다음날 코인마켓캡 기준 47% 떨어진 737원을 기록했다. 논란에 대해 컴투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 유통량 계획을 알렸다는 입장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실시간 공시는 없었지만 유통량 계획표에 분기별 유통량 계획을 이미 기재했다”고 해명했다. 송재준 전 컴투스홀딩스 대표가 재단 물량을 5년간 락업한다고 약속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오보’라고 주장하며 “5년에 걸쳐 유통량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라며 “또한 해당 발언은 초기 기여자 물량에 관한 것으로 팀 물량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 이후 컴투스가 어떤 공식 해명도 내놓지 않아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대표적인 국내 프로젝트 클레이튼도 미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카운슬(GC) 멤버인 크래커랩스는 지난달 22일부터 매일 약 50만 개의 클레이튼을 공시 없이 바이낸스로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래커랩스는 크러스트 유니버스 사내벤처(CIC)로 시작해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였던 정주환 대주주를 비롯해 카카오 임직원 출신 4인이 결집해 만든 스타트업이다. 운영 자금은 당시 클레이튼 운영사였던 크러스트로부터 클레이튼을 투자받아 확보했다. 클레이튼재단은 이달 초 크래커랩스가 재단으로부터 투자받은 클레이튼을 공시 없이 대량 매도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내홍을 겪었다. 크래커랩스가 매도 물량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경로가 있었던 것이 온체인 상 데이터로 관측되며 자금세탁 의혹도 일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클레이튼 재단은 “재단은 모르는 크래커랩스의 단독 행위”라며 발을 빼 투자자 불만이 커졌다.

이처럼 시장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나 거래소들이 자율규제에 나서겠다고 만든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 모두 보이지 않고 있다. 닥사를 구성하며 자율규제를 주도하고 나섰던 거래소 가운데 빗썸과 코인원은 오히려 임직원들이 김치코인 상장 과정에서 대가성 금전(상장피)을 요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반복되는 김치코인 신뢰 논란에 전문가들은 자율규제가 힘을 쓸 수 있는 기본적인 법적 권한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엔 17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장기간 계류 중이다. 지난해 위믹스(WEMIX) 유통량 미공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앞서 연내 암호화폐 회계감사 가이드라인을 발표를 약속했지만 기본적인 암호화폐 유통량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요원하다. 김병언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닥사가 규정 제정과 제재 권한을 포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 규정을 만들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공적규제와 자율규제가 조화를 이룰 때 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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