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비블록이 상장폐지된 페이코인을 단독으로 상장하면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치코인의 ‘나홀로 상장’ 문제가 또다시 대두됐다.
비블록은 지난 12일 공식 홈페이지에 13일 오전부터 페이코인의 거래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블록은 △페이코인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국내 결제 수단으로 대체해 금융당국의 우려를 해소한 점 △재단이 보유한 페이코인을 시장에 재유통하지 않고 안정화 조치를 취한 점 △유통량 공시 시스템을 마련한 점을 상장 근거로 들었다. 비블록 관계자는 “페이코인 재단 측과 충분한 사전 협의와 사실 관계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류익선 페이프로토콜 대표는 “더 많은 거래소에서 페이코인의 거래지원이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페이프로토콜은 페이코인의 발행사다.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모인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닥사)는 지난달 31일 페이프로토콜이 은행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페이코인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페이코인은 오는 14일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에서 거래 지원이 종료된다. 페이프로토콜은 지난 8일 빗썸을 상대로 페이코인 상장폐지 결정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페이코인은 비블록에서 단독으로 거래된다.
이는 지난해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이 위믹스(WEMIX)를 단독으로 상장한 상황과 비슷하다. 닥사는 지난해 12월 유통량 허위 공시로 위믹스를 상장폐지 했으나 며칠 뒤 지닥에 단독으로 상장됐다. 당시 업계는 크립토 윈터로 인해 코인마켓 자체만으로도 유동성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믹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위믹스는 지닥 상장 이틀 만에 30%가량 가격이 급등했지만 지난 11일 지닥 해킹으로 1000만 개가 외부로 유출됐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 ‘김치코인’이 또다시 국내 거래소에 단독으로 상장되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발생한 강남역 납치·살해 사건의 원인이 김치코인인 ‘퓨리에버’로 밝혀지면서 김치코인의 시세조종과 단독 상장에 업계와 검찰, 금융당국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해당 코인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서 단독으로 거래되며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검찰은 지난 11일 “김치코인은 유동성 부족과 시세조종에 취약해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코인 백서와 언론 홍보 내용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도 “단독으로 상장된 코인 프로젝트는 급격한 가격 변동과 유동성 부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블록의 페이코인 단독 상장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서도 김치코인을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이를 단독 상장 한 것은 회의적으로 생각”한다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현재 시점에선 미지수”라고 말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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