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이더리움 가상머신(EVM)과 직접 연결해 블록체인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탈중앙성이 강화된다는 강점이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활용범위가 확대 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 재단은 지난달 21일 약 1년 간 심사를 거쳐 인터넷 탈중앙화 프로토콜 웹3(web3://) ERC-4804 표준을 승인했다. ERC(Ethereum Request for Comments)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의 표준 사양이다. 이더리움에서 발행되는 대체가능토큰(Fungible Token)은 ERC-20,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은 ERC-721 양식을 따른다. ERC-4804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http:// 대신 web3://를 입력해 온체인 데이터를 중앙화 서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불러오는 표준이다.
기존에 사용자들은 이더리움 온체인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이더스캔(etherscan) 같은 제삼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유니스왑(Uniswap) 등 탈중앙화금융서비스(De-Fi)를 이용할 때도 해당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데이터에 의존해야 했다. 한 웹3 개발자는 “대부분 디앱(DApp)은 중앙화된 주체에서 제공하는 프론트엔드 사용자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로 소통하기에 해당 UI 제공자를 신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RC-4804 표준을 활용하면 이러한 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웹3 인큐베이터 언오픈드 관계자는 “특정 웹사이트가 제시하는 정보에 의존하게 되면 해당 웹사이트 소유자가 정보를 조작해서 보여줄 수도 있는데, ERC-4804는 직접 블록체인 데이터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차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보 신뢰성이 중요한 곳에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또 다른 개발자는 “온체인 데이터의 정확한 위치를 URL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기존에 어쩔 수 없이 중앙화된 사이트에 의존했던 부분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ERC-4804가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를 분산저장 시스템에 저장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재단 주요 개발자와 web://프로토콜을 공동 제안한 이드스토리지(EthStorage)의 키 조우(Qi Zhou) 설립자도 “이더리움 스토리지 비용이 엄청 비싸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한기욱 도어랩스 개발자는 “비용에서 비효율적이지만 검열 저항이란 장점을 갖고 있어 개발자들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범용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개발자는 “비용 문제로 당장 활용 범위가 아주 넓지는 않지만 블록체인이 스토리지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은 많이 할 것 같다”면서도 “브라우저 내장 기능으로 web3:// 가 지원되지 않는 이상 쓰는 사람만 쓸 것 같다”고 내다봤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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