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계속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 15일 SEC에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신탁(iShares Bitcoin Trust)’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이 상품은 ETF가 아니라 신탁(Trust)이지만 기능적으로는 ETF와 동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에릭 발추아나스(Eric Balchuanas)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많은 사람이 블랙록이 제출한 서류가 ETF가 아니라 트러스트라고 주장하지만 구조상으로는 ETF와 동일하다”면서 그레이스케일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신탁 상품 GBTC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이 상품은 나스닥에 상장되고, 티커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 ETF와 유사하다. 신탁의 수탁자는 최근 SEC에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된 코인베이스로 설정돼 있다.
업계에선 블랙록의 등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SEC는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를 비롯해 반에이크, 그레이스케일 등이 내놓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모두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상품은 거래소 간 감시 시스템을 공유하도록 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려 했던 기존 시도보다 더 나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감시 공유 계약으로 시장 거래 활동, 결제 활동, 고객 식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시장 조작 가능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간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절하며 이유로 들었던 시세 조종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블랙록의 ETF 신청 승률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발추아나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그간 블랙록은 SEC에 총 576건의 ETF 출시를 신청했고, 이중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인됐다.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트위터에서 “SEC가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안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을 위한 법안을 두 개나 발의할 정도로 이 시장에 친화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기관이 대량으로 비트코인(BTC)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BTC 공급량은 정해져 있기에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만 5000달러 선에서 머물던 BTC는 2만 6000달러대로 뛰었다. 이날 오후 6시 40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는 전일 대비 0.48% 내린 2만 638.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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