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의 다음 과제로 법적 공시기구 마련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위 공시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현재 가상자산 공시는 발행사 자율에 맡겨졌는데 국내 가상자산 평가·공시 서비스 업체와 가상자산거래소가 일제히 공시 서비스를 종료하며 투자자의 정보 공백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한 가상자산 평가·공시 서비스 기업 쟁글(Xangle)이 지난 5월 서비스를 중단하며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폭이 더욱 좁아졌다. 쟁글은 코인원과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이자 명확한 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평가·공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쟁글은 지난 5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명확한 규제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며 “규제가 도입되면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공시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평가·공시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힘들어 각종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현우 쟁글 공동대표는 “어떤 사람이 어떤 자격으로 공시나 평가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부가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도 일찍이 공시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연이어 서비스를 중단하며 정보 격차는 더욱 커졌다. 업비트는 지난 2021년 자체 프로젝트 공시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자산 고머니2가 해외 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공시가 허위로 밝혀지자 업비트는 자체 공시 서비스를 종료하고 프로젝트가 게시판에 직접 정보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방침을 바꿨다. 쟁글의 공시 업무 중단으로 쟁글과 연동해 공시 서비스를 제공하던 빗썸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빗썸은 지난 6월 공식 홈페이지에 “현재 운영 중인 공시 서비스가 종료된다”며 “추후 서비스를 재개하는 경우 별도 공지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코빗도 같은 달 공시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코인원도 공시 게시판을 개편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가상자산 공시를 담당하는 업체가 없어 프로젝트가 허위공시를 올려도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공신력 있는 기구가 2단계 입법에서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회는 불공정거래 등 투자자 보호를 규정한 가상자산 1단계 법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상장과 공시 규정을 담은 2단계 법안은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구가) 수많은 프로젝트의 공시 업무를 담당한다는 게 쉽지 만은 않다”며 “특정 기관을 법률에 두거나 제도를 만들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용 서강대학교 블록체인학회장은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합의해 납득할 수 있는 평가·공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증권 시장에서 한국거래소가 공신력을 갖고 운영되는 것처럼 법적인 기구가 나온다면 업계와 투자자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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