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가 올해 들어 두 번째 폭등했다. 비트코인 기반 대체불가토큰(NFT)과 대체가능토큰(FT) 발행 열기가 재점화되면서 비트코인 거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비트코인 확장성 솔루션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1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차트에 따르면 지난 20일 비트코인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는 10.35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36.2% 증가한 수치다. 지난 16일에는 18.6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해 1월 비트코인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가 1달러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 넘게 오른 셈이다.
거래 수수료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거래 내역을 저장할 때 내는 비용이다. 수수료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보통 채굴자는 거래 수수료를 높게 지불한 거래를 먼저 처리한다. 즉 비트코인에 거래를 기록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져 더 높은 수수료를 내야 거래가 처리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네트워크 평균 거래 수수료도 비싸지게 된다.
최근 거래 수수료 급등은 오디널스 프로토콜이 다시 유행처럼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오디널스 프로토콜이 처음 나왔을 때도 비트코인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는 30.91달러까지 상승했다. 오디널스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NFT와 대체가능토큰(FT)을 발행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기존에는 NFT를 비롯해 FT 대부분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됐다. 그런데 오디널스 프로토콜이 등장하면서 비트코인에서도 NFT와 FT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기준 비트코인 기반으로 발행된 FT 종류는 약 5450개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비트코인 확장성 솔루션 개발이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 상승은 비트코인을 금융 거래 목적으로 쓰는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면서도 “이러한 불만은 오히려 레이어2 생태계 확장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메인 네트워크는 그대로 두고, 속도와 확장성을 상위 레이어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발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주혁 디스프레드 콘텐츠 프로듀서(CP)도 “당장 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가 잠깐 증가한 것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며 “앞으로 비트코인 메인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유스 케이스(Use case)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면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확장 솔루션 개발이 발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가 높아지면 채굴업자들도 지속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채굴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비트코인 채굴과 네트워크 수수료 보상이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고, 4년 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반감기에서 비트코인 채굴 보상은 3.125BTC로 감소한다. 채굴 보상은 영구적이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개발사 테더는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 채굴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박 CP는 “며칠 사이 벌어진 수수료 증가가 테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채굴업에 진출하는 건 단순 블록 보상을 넘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거래 수수료 보상에 베팅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백 이사는 “(테더는) BTC 개수가 줄어들어도 BTC 가격이 올라가면 채굴 수익의 달러 환산 가치는 계속 우상향한다고 봤을 것”이라면서 “네트워크 수수료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수익성 계산에 포함돼 있을 수 있지만 아직 큰 영향력이 있는 단계는 아닐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거래 수수료 상승이 BTC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백 이사는 “오디널스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가치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기능이라기보다 투기를 위한 또 다른 채널으로 보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된 오디널스 프로토콜이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가치와 기초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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