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펑 자오 바이낸스 전 최고경영자(CEO) 후임으로 임명된 리처드 텡 신임 대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바이낸스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약 5조 원의 벌금 철퇴를 맞고 수장까지 자발적으로 사임한 상황에서 텡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리처드 텡 신임 대표는 지난 21일 X(구 트위터)에서 “새로운 CEO로 취임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1억 5000만 명의 사용자·직원 수천 명으로부터의 신뢰는 소중히 여기는 책임”이라고 전했다. “오늘날 바이낸스가 서 있는 기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하며 바이낸스 위기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텡 대표는 금융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두터운 경력을 쌓았다. 그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에서 13년 간 근무했고 싱가포르거래소(SGX)의 최고 규제 책임자를 역임했다. 이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의 금융서비스규제당국(FSRA) CEO직을 맡았다. 바이낸스와는 2021년 처음 연을 맺었다. 바이낸스 싱가포르 CEO로 시작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총괄, 지역 마켓 총괄 등을 역임하고 CEO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자금세탁으로 무너진 바이낸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텡 대표의 첫 과제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회사의 재무건전성·보안·안전에 관한 확신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전했다. 텡 대표는 또 “규제 기관과 협력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혁신을 촉진, 전세계적으로 높은 기준점을 유지하겠다”며 “파트너와 협력해 웹3 성장과 확산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은 텡 대표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과 규제 당국이 바이낸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당분간 회의적일 것이라고 봤다. 예샤 야다브 밴더빌트 대학 법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바이낸스 운영 및 거버넌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구상하려면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기반 마켓 인프라 기업인 지엠이엑스 CEO인 히랜더 미스라는 “(바이낸스의 규제 준수는) 조류에 맞서는 것과 다름없다”며 “처음부터 규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서 발전한 조직에 갑자기 컴플라이언스 문화를 덧입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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