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자금세탁방지법(AML) 위반 혐의 등에 대한 43억 달러(약 5조 5844억 원) 벌금 부과에 합의했다. 바이낸스 창립자 창펑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유죄를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미국 법무부와 수사 종결을 위한 협상 끝에 43억 달러(약 5조 5844억 원)의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 이는 기업 피고에 부과된 벌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3월 바이낸스는 자금세탁방지법(AML),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 위반, 무허가 사업 운영 등의 혐의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기소된 바 있다.
또한 자오 CEO는 은행 비밀보호법과 금융기관의 은행보안법(BSA) 위반을 유도한 혐의를 인정, 5000만 달러(649억 9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CEO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바이낸스 CEO직을 사임한다”며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지만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지역 사회와 바이낸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최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적었다. 법무부는 그의 벌금이 CFTC에 납부해야 할 금액에 가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CEO로는 리처드 텅 바이낸스 지역시장 책임자가 발탁됐다.
시장 점유율 44%를 차지한 바이낸스는 자오 CEO의 유죄 인정 소식에 24시간 동안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낸스코인(BNB)도 10%가량 급락하는 등 코인 시세가 출렁였다. 그러나 BNB는 금일 오전 10시 57분 기준 전일 대비 4.06% 오른 237.81달러까지 회복했다. 비트코인(BTC)도 3.77% 상승한 3만7431.94달러, 이더리움은 (ETH) 5.40% 오른 2067.59달러에 거래되는 등 빠른 반등이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 사건의 종결이 가상자산 기업의 규정 준수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낸스 직원들은 자사가 제재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 투자자와 제재 국가 사용자 간 거래를 지원하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낸스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란·시리아·북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도네츠크 등 적대국 사용자의 거래를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과거 창펑 자오는 “은행비밀보호법이나 BSA 준수보다 바이낸스의 성장과 시장 점유율, 이익을 우선시한다”며 “허락보다 용서를 구하는 편이 낫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바이낸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 확인 정보도 수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재무부의 자금세탁 및 제재 감시기관인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및 해외자산통제국(OFAC)와도 합의해 FinCEN과 OFAC에 각각 34억 달러(약 4조 4189억 원), 9억 6800만 달러(약 1조 2581억 원)를 지불할 예정이다. 이 역시 재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바이낸스는 이밖에도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향후 5년 간 거래소의 규정 준수를 감독받게 된다. 이 기간 재무부는 바이낸스의 기록 및 시스템에 접근 가능하며 자오 CEO는 운영·관리가 금지된 채 최대 주주로만 남는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감시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사실상 바이낸스를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리처드 텅 신임 CEO는 “향후 50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더욱 강력한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무 건전성·보안에 대한 바이낸스 이용자들의 확신, 소비자 보호와 혁신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규제 기관과의 협력, 웹3의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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