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USDT)를 상장했다. 달러와 가치가 1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 거래소 간 이체가 활발해져 김치 프리미엄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코인원은 트론 네트워크 기반 USDT를 신규 거래 지원한다고 밝혔다. USDT 입금은 이날 오전 11시 8분, 출금은 이날 오후 5시부터 가능해졌다. 매수와 매도는 각각 이날 오후 5시와 오후 5시 5분부터 시작됐다. 기준가는 1289원으로 책정됐다.
USDT는 1달러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사는 현금, 현금성 자산, 채권 등의 준비금을 바탕으로 USDT를 발행한다. USDT는 스테이블코인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코인으로, 이날 오후 1시 54분 코인마켓캡 기준 USDT 시총은 892억 8744만 9369달러(약 115조 2611억 6839만 원)에 이른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가운데서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USDT는 특히 이를 활용해 다른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많이 쓰인다.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일종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세계 글로벌 거래소에 USDT 마켓이 존재하는 게 그 방증이다. USDT로 송금이나 결제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탈중앙화금융(De-Fi)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도 유용하다.
이처럼 USDT는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간 국내 원화 마켓에서는 거래를 할 수 없었다. USDT 마켓이 있어도 USDT를 원화로 구매할 수 없어 해외 거래소를 통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가운데 원화 마켓에 USDT를 상장한 건 코인원이 처음이다. 권오훈 차앤권 변호사는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보는 규제가 없기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USDT를 취급하는 건 법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른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1달러에 페깅된 USDT 거래 지원도 합법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USDT 거래와 입·출금이 가능해지면 김치 프리미엄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는 거래소 간 가상자산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가두리 펌핑 같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날 김프가 기준 업비트와 바이낸스 간 비트코인(BTC) 김치 프리미엄은 3.62%다. 업비트 사용자가 바이낸스 사용자보다 약 170만 원 비싸게 BTC를 사야한다는 뜻이다. 알트코인은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시각 아이오타(IOTA)의 김치 프리미엄은 17.39%에 달한다.
그런데 가치가 안정적인 USDT 입·출금을 할 수 있게 되면 거래소 간 자금 이동이 보다 쉬워지게 되고, 아비트리지(차익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균형을 이루며 김치 프리미엄이 줄어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출금이 가능하면 아비트리지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줄어들면 한국인이 굳이 더 비싼 가격에 코인을 살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을 이체하는 과정에서 이더리움(ETH) 등과 대조해 “USDT는 가치가 안정적이라 시세 변동성 위험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동현 언디파인랩스 대표도 “예를 들어 기존에 원화로 비트코인(BTC)을 산 다음에 김치 프리미엄을 확인하고 복잡하게 계산해 아비트리지를 했다면, 이제는 USDT로 손쉽게 아비트리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래소 간 이체가 수월한 USDT는 기관이나 프로젝트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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