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세이(SEI)가 최근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오후 1시 43분 코인마켓캡 기준 SEI 가격은 0.7393달러로 한 주 새 48% 가까이 올랐다. 국내 시장에선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다. 업비트 기준 SEI 가격은 지난주 대비 66.61% 상승한 956원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EI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세이 네트워크는 자체적인 메인넷을 갖춘 레이어1 블록체인이다. 지난해 8월 15일 출시된 세이 메인넷이 약 5개월간 처리한 거래 건수는 11억 3747만 개에 달한다. 세이를 개발·운영하는 세이랩스는 백서에서 세이를 ‘거래’를 위한 블록체인이라고 자부한다. 그만큼 신속하다. 세이 랩스에 따르면 세이 네트워크는 초당 2만 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초당 10개를 처리하는 비트코인(BTC)와 20개의 이더리움(ETH)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다. 블록 확정 시간은 0.38초까지 단축했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체적인 주문 매칭(order matching) 엔진을 갖춰 메인넷 위의 탈중앙화거래소(DEX·덱스) 등 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디앱)이 오더북을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각 디앱 유동성을 통합해 더욱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 특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제프 펑 세이랩스 공동 창립자는 “우리의 목표는 자산 간 거래를 더욱 쉽게 하는 것”이라며 “디파이뿐 아니라 디파이 자산이 거래되는 소셜 플랫폼이나 게이밍, 탄소배출권 등 모든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점을 내세운 세이랩스는 메인넷 출시에 앞서 지난해 4월 점프 캐피털 등으로부터 3000만 달러(약 393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세이랩스 기업가치는 8억 달러(약 1조 490억 원)로 평가됐다. 스시스왑 등 인기 디앱들도 빠르게 유치했다. 지난해 8월 메인넷 출시일에 국내 원화 거래소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을 비롯해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전세계 주요 거래소가 SEI를 동시 상장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대형 신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SEI 가격은 상장 후 수 개월간 0.1달러대 부근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SEI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급격하게 상승하며 2배 가까이 뛰었다. SEI 시가총액도 크게 늘어 3일 코인마켓캡 기준 16억 4463만 달러(약 2조 1565억 원)으로 전체 가상자산 중 55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성장 척도인 총 예치금(TVL)은 328만 달러에서 481만 달러로 47%가량 늘었다.
SEI의 급등은 세이랩스가 지난해 11월 30일 기존 세이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한 세이 버전2(v2)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이랩스에 따르면 세이 v2는 개발자가 따로 코드를 변경할 필요없이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호환 블록체인에 있는 스마트컨트랙트를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초의 병렬화된 EVM 블록체인이다. 세이 v2는 올해 1분기 중 테스트넷을 통해 공개되며 정식 출시는 상반기 내로 예정돼있다. 제이 조그 세이랩스 공동 창립자는 지난 2일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세이 v2의 코드가 완성됐으며 코드 감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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