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정부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 포베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당국은 한국 정부의 송환 요청을 기각, 권씨를 미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몬테네그로 정부에 권씨의 송환을 요청한 바 있다. 송환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권씨의 송환국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의해 결정됐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절차에 동의했기 때문에 법원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령했다. 권씨 역시 법률 대리인을 통해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순수 법률에 근거한 법원에 결정에 따르면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맞다”며 “송환국을 결정하는 주체가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권씨의 송환에 대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파트너”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 역시 권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권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이 결정됨에 따라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제 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 100년 이상의 징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은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루나에 증권성이 있다며 권씨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외에도 권씨는 미국에서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를 받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로 전세계 투자자에 발생한 피해액은 약 450억 달러(약 59조 원)에 달한다. 권씨의 재판은 오는 3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권씨의 송환 결정은 그가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소지 혐의로 붙잡힌 지 11개월 만이다. 권씨의 전체 도피 기간은 22개월이다. 권씨는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후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도피했던 한창준 전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한국으로 송환,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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