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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거래소 득실대는 코인 리딩방···털리면 '속수무책'

[코인 스캠의 표적이 됐다]③

파격적인 이벤트로 해외 거래소 가입 부추겨

국내 거래소 사기 접수도…신뢰 형성 후 범행

한국인 대상 버젓이 영업…피해 사례도 꾸준

당하면 사실상 '속수무책'…정보 유출 우려도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내에서 한국어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A거래소에서 출금이 안 됩니다. 고객센터도 전화를 안 받고요.”



한 투자자는 가상자산 커뮤니티에 “물어볼 곳도 없고 답답해 잠을 못 이루겠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기자가 코인 리딩방을 통해 가입한 해외 거래소 ‘A거래소'는 국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미신고 업체다. 리딩방에선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미신고 거래소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를 구제 받기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이용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기자가 지난 2월부터 잠입한 리딩방 운영자들은 “큰 수익을 위해 해외 거래소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며 가입을 유도했다. 특히 거래소에 돈을 입금하면 첫 입금액의 40%를 돌려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홍보하며 리딩방 참여자들을 현혹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한 달 동안 선물매매 거래소 이벤트 중입니다. 아직 참여 못 한 분은 빠르게 참여해 수익 보셔야 합니다”라며 리딩방 참여자의 조급한 마음을 부추겼다.



리딩방 운영자들은 국내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악용한 사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연락은 모두 사기”라며 오히려 본인들이 신고를 접수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당국에 정식으로 신고한 거래소 대신 미신고 불법 영업 거래소 가입을 권유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는 상대방을 비난해 신뢰를 떨어뜨리고 본인의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자 리딩방 운영자들이 피해자의 환심을 사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기도 하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뢰를 쌓는 방법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사회공학적 또는 중화 기술”이라며 “상대가 신뢰하게 만들고 돈을 뜯어내는 기망 행위이자 사기"라고 설명했다.

리딩방에 잠입해 있었던 기자도 리딩방 운영자의 지시에 따라 해외 거래소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름, 연락처, 생년월일, 신분증 사진을 등록한 뒤 얼굴 인식까지 마치고 접속한 A거래소 홈페이지는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었다.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버젓이 편법 영업을 하는 셈이다. 권오훈 차앤권 변호사는 “거래소가 신고 없이 우회를 통해 한국에서 영업하는 규제 회피”라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없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한국인 대상 영업을 판단하는 기준은 △한국어 서비스 지원 △한국인 대상 마케팅·홍보 △원화거래·결제 지원 여부다. 국내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한국어 홈페이지를 제공하고 한국인 이용자 유치 이벤트를 진행한 해외 거래소 16곳을 수사기관에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기자가 가입한 A거래소도 처벌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금융소비자연맹 피해구제참여 홈페이지


해외 미신고 거래소 피해 사례도 꾸준하다. 금융소비자연맹 피해구제참여 게시판에선 “해외 거래소에서 출금이 안 된다”는 피해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시판은 ‘고수익 보장’의 유혹에 휘말려 갈 곳 없는 피해자들의 구제 창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미신고 거래소에서 피해가 생겼을 때 보호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외 미신고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때문에 해킹이 발생하면 전혀 보호 받을 수 없다”며 “특히 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소규모 거래소가 갑자기 잠적해버리면 보호할 장치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서 사설 금융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와 같은 이치”라고 비유했다. 권 변호사는 “리딩방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사실상 ‘속수무책’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임 교수는 “최근 해외 전자상거래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처럼 해외 거래소도 마찬가지”라며 “회원 가입 시 제공한 개인 정보가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 알 수 없고 이를 활용해 대포 카드를 만드는 등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타인에 의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4편에서 이어집니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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