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불발되면 국내 거래 비중이 높은 김치코인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세 시행으로 국내 거래소 이탈이 가속화되면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9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발행한 김치코인은 최근 전반적인 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대비 90% 이상 하락한 상태다. 김치코인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카이아(KAIA)의 경우 클레이튼(KLAY) 시절 기록한 최고가 4.38달러에 비해 96% 낮은 0.19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카이아는 국내 블록체인 클레이튼과 핀시아를 통합해 출시한 메인넷으로, KAIA는 KLAY와 일대일 가치로 스왑(전환)됐다. 다른 김치코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테라클래식(LUNC)은 최고가 대비 -100%, 위믹스(WEMIX)도 -95% 떨어졌다. 이외에도 △아이콘(ICX) △보라(BORA) △밀크(MLK) 등 주요 김치코인 모두 최고가의 1/10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대선 이후 비트코인(BTC)과 솔라나(SOL) 등 주요 가상자산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것과 대조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과세가 시작되면 가상자산 거래량이 많은 ‘고래’들이 매매 수익의 22%에 달하는 세금을 피해 국내 거래소를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자동 공유하는 카프(CARF) 협정이 도입되는 2027년 이전에 일단 국내부터 과세를 시행하면, 고래 투자자 상당수가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것"이라며 “국내 거래소애서 주로 거래되는 김치코인 가격 지지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김치코인은 국내 시장에 거래가 쏠려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부분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서 80%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같은 주요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이 적고, 상장되더라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KAIA의 경우 바이낸스에 상장돼 있지만 여전히 국내 거래소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이 나오고 있다. 29일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빗썸·코인원에서의 거래량이 23.5%, 바이낸스 거래량이 22.45%다. ICX 역시 바이낸스 상장 종목이지만 업비트 거래량이 38.15%인 반면 바이낸스 거래량은 23%에 그쳤다.
과세가 확정되면 김치코인 가격이 급등했다가 떨어지는 ‘펌프앤덤프’ 등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세 시행 전 시세조종 세력이 김치코인 가격을 일시적으로 올리고 매도물량을 개미 투자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치코인은 유동성이 낮고 시총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 같은 시세조종에 더욱 취약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김치코인 10개 중 9개에서 펌프앤덤프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가 확정되면 세력 주도의 비정상적인 가격 급등으로 김치코인 도박장이 펼쳐질 것”이라며 “시세조종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이용자보호법이 7월부터 시행되긴 했지만 이후에도 거래소들의 시세조종 방지 조치가 미흡한 모습을 보인 만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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