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올해 법인의 가상자산거래소 실명 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당국은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등부터 법인 실명 계좌 발급이 가능하게 할 방침인데, 최종적으로 자산운용사나 연기금·대기업까지 발급이 허가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규모와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퀀텀점프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 열리는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대학과 지자체 등에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들은 가상자산을 기부받은 경우가 꽤 있는데 거래소 계정에 가상자산은 보관하고 있지만 은행 연결 계좌가 없어 이를 매도해 원화로 인출할 방법이 없다. 일단 이런 애로부터 해소해주겠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업무상 가상자산을 취득한 곳이 규제 해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빗 관계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노드를 운영해 블록 보상을 취득한 기업 등의 경우 수입은 가상자산으로 취득했지만 비용은 원화로 써야 하는데 가상자산을 원화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사업 영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며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지금까지 원천 차단됐던 블록체인 사업,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업들의 영위가 비로소 가능하게 돼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자산 업계가 가장 바라는 것은 금융기관과 대기업 등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상장 종목들의 가격 변동성이 작아져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가 동시에 강화된다. 무엇보다도 기관투자가가 들어오게 되면 가상자산 시장은 시세조종이나 투기 등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금융 산업의 정식 영역으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거래소들과 가상자산 업계 전체의 숙원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관계자는 “현재 국내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구조이고 기관의 정보력이나 분석력을 개인이 참고할 수 없어 시장 안정성에 한계가 있다”며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이러한 점이 개선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빗썸 측 역시 “법인 계좌 개설 시 유동성이 풍부해짐과 함께 시세 급변동을 기대한 단기적 투자보다는 중장기적 투자 기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나아가 일자리나 연기금 수익률을 위해서도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2030년까지 국내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15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 “또한 연기금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면 수익률이 개선돼 기금 고갈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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