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법인 투자 시대의 막을 여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그간 개인투자자 중심이던 시장이 기관·법인 투자 시장으로 확장되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특히 최근 신규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법인·기관 투자자를 겨냥한 특화 서비스로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계 지형도가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디센터는 법인 시장을 준비하는 VASP 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이들의 비전과 전략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법인 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중개 서비스를 표방한 해피블록이 올해 첫 금융당국 신고수리를 받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됐다. 지난 달 17일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수리증을 교부받은 해피블록은 2023년 8월 신청 이후 1년 반 만에 인가를 획득했다. 올해 법인 가상자산 계좌가 순차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법인 대상(B2B) 가상자산 중개 서비스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 결과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규윤 해피블록 대표는 “이제 국내에서도 미국의 스트래티지, 일본의 메타플래닛과 같은 국내 법인이 나올 것”이라면서 “법인·기관 투자가가 기대하는 투자 수준에 맞는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피블록의 주력 서비스는 법인·기관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금융관리 플랫폼 '바우맨'이다. 이는 법인·기관이 거래소와 수탁사, 개인 지갑 등에 분산된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법인 투자가 허용되면서 바우맨을 기반으로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주문 중개 및 장외 중개(OTC) 서비스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해피블록은 가상자산 보관·관리 뿐 아니라 가상자산 매도·매수 및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의 중개·알선·대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VASP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김 대표는 "법인·기관투자자의 경우 큰 규모의 가상자산을 직접 매매할 때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 업무를 위탁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기존 금융시장에서 증권사들이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식 VASP 라이선스를 획득한 중개사업자인 만큼 과거 규제 회색지대에서 진행되던 가상자산 OTC 사업과는 차별화된다. 기존 가상자산 OTC 사업자들이 자기자본을 활용한 단순 교환 업무를 수행했다면, 해피블록은 전통 금융 성격의 중개업을 제공한다. 유안타증권과 SK증권을 거친 증권가 출신인 김 대표의 이력도 이러한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완전한 금융권 출신으로서 VASP 라이선스를 받은 건 거의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자연스럽게 가상자산의 대중화 과정에 '파이낸셜 어돕션'이 이뤄진 것처럼 기존 웹2 금융의 웹3 수용은 필수적이고 양쪽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금융권 출신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특히 감독 기관은 가상자산 시장 역시 전통 금융의 문법에 맞춰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금융 규제 언어를 알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피블록은 법인 투자 허용을 앞두고 법인 영업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현재 12명 수준인 인력을 당장 확충할 계획은 없다. 법인에 대한 영업 범위가 아직 제한적인 만큼 과도한 영업 비용 지출보다는 인프라 고도화와 금융사 협업 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인 영업을 지원하고 해피블록이 거래소 매매 중개를 담당하는 협력 모델도 구상 중이다.
김 대표는 "해피블록은 법인 계좌 허용을 바라보고 지난 2년간 서비스를 준비해왔다"며 "법인 시장이 열리면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안전한 투자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김정우 기자
- wo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