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플립스터를 둘러싼 재정 불안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해고된 전직 직원이 VIP 사용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플립스터에 있는 자산을 서둘러 인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플립스터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을 공개하며 재정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한국보다 이용자 보호법이 미흡한 폴란드에 법인을 둔 점은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플립스터의 전 직원은 최근 거래소 VIP 사용자들에게 회사 직장 환경 문제, 사용자 데이터 관리 부실, 법적 준수 미흡 등에 대한 내부고발성 이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서 전 직원은 "플립스터의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주장하며 사용자들에게 "신속히 자산을 인출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이어 "플립스터가 비윤리적 관행을 지속하면 파산하거나 사용자 자산을 갖고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플립스터는 지난 14일 공식 성명을 내고 "해당 직원은 업무 성과 문제로 해고된 전 사용자 서비스 담당자로, 퇴사 과정에서 허가 없이 사용자 이메일 주소에 접근해 논란이 된 주장을 퍼뜨렸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안 시스템 침해는 없었지만 해당 직원이 퇴사 시 사용자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고 무단으로 보관 및 오용했다"면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정 상태에 대한 의혹에 대응해 플립스터는 준비금 증명 페이지도 공개했다. 이날 기준 준비금 비율은 테더(USDT) 101.94%, 비트코인(BTC) 100.20%, 이더리움(ETH) 100.83%, USDC(102.22%) 등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수치에 따르면 모든 주요 자산에서 100%를 초과하는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준비금 증명은 거래소가 자사가 보유한 가상자산 내역 전반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준비금이 충분하다고 해서 재정 상황이 좋다는 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준비금 증명은 해당 거래소에 부채가 없다는 점은 증명하기 어렵다.
플립스터의 법적 기반이 폴란드에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폴란드의 VASP 등록 요건은 한국과 비교해 현저히 완화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에서 VASP 등록을 위한 최소 자본금은 유한책임회사 기준 5000PLN(약 189만 원)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원화 마켓을 운영하려면 최소 30억 원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폴란드는 한국처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규제 환경 차이로 인해 일부 거래소들은 한국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설립한다.
플립스터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가상자산 퀀트 트레이딩 기업 프레스토랩스가 만들어 인큐베이팅했다. 김용진 프레스토랩스 공동설립자 겸 대표가 플립스터 대표를 맡고 있지만 양사 법인은 별도로 운영된다. 지난해 플립스터는 국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인데도 텔레그램 등에서 한국어로 마케팅을 진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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