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너 리스크를 덜어내며 하반기 기업공개(IPO) 재추진 계획을 이어가고 있는 빗썸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현장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 갱신심사에서 역풍 맞을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올 하반기로 잡았던 기업공개(IPO) 목표 시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달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이 사기 혐의 재판에서 무죄 확정을 받으면서 업계에서는 빗썸의 IPO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 전 의장이 앞서 이용자 정보 유출 건에 대해서도 면소 판결을 받으면서 빗썸이 오너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목표 시점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IPO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빗썸은 지난 2023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 하반기를 목표로 IPO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IPO 걸림돌로 지적돼 온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지배구조 투명화를 선언하고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이 빗썸홀딩스에 이어 빗썸코리아 이사회에도 복귀하려는 시동을 걸었지만 돌연 중단됐다. 당시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규제 강화 기조를 펼치면서 여러 사법 리스크가 걸려있던 빗썸이 IPO에 속도를 내기보다 일보 후퇴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빗썸은 우선 현재 진행 중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장검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FIU는 지난 17일부터 빗썸 사무실에 실무진을 파견해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당국의 고강도 검사에 대비해 빗썸은 이달 초 금융감독원 출신 직원 2명을 영입해 대관 인력을 보충했다. 업계에서 대관 능력이 가장 높기로 소문난 업비트가 지난해 FIU 현장검사 결과 영업 일부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자 이번 현장검사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춘 것이다.
VASP 자격 갱신 심사 승인 여부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빗썸을 비롯한 5대 원화 거래소들은 지난해 말 VASP 갱신 신고를 완료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VASP 갱신 심사에 당국의 재량적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탓에 업계는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현장 검사에서 빗썸의 고객신원확인(KYC) 불이행이나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등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VASP 갱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AML 의무 위반이 특금법상 불수리 요건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앞서 이를 근거로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의 VASP 갱신 신고를 불수리한 전례가 있다.
대주주 적격성 역시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VASP 신고 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국내 거래소 고팍스는 대주주 적격성 기준에 걸려 2년 동안 VASP 갱신신고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전 의장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확실한 무죄 판결이 아닌 면소로 일단락됐다는 점이나 빗썸의 지분 관계가 여전히 복잡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안심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금융위는 올해 업무 추진 계획 중 하나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도입을 선언한 만큼 이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 관계자는 “지배구조 리스크 등 VASP 심사 변수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거래소 사업자로서 항상 대비해야 할 ‘상수’는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며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현장검사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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