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수집·보관·진위 검증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증명하는 블록체인이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수이 기반 탈중앙 스토리지 프로토콜 월러스(Walrus)가 약 20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 월러스 생태계 확장을 이끄는 월러스 재단은 1억 4000만 달러(약 2051억 원) 규모 프라이빗 토큰 세일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프라이빗 토큰 세일은 일반 투자자 대상 공개 판매에 앞서 소수 기관 투자가에게 먼저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된다.
스탠다드 크립토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에는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크립토, 일렉트릭 캐피털, Lvna 캐피털, 프로태고니스트, 프랭클린템플턴 디지털 애셋, 캐러테이지, RW3 벤처스, 콤마3 벤처스, 더 랩터 그룹 등이 참여했다. 월러스 메인넷은 오는 27일 출시될 예정이다.
월러스는 수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된 탈중앙화 데이터 저장 프로토콜이다. 수이 개발사인 미스틴랩스가 만들었다. 기존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이나 상태 정보처럼 용량이 작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이미지나 영상, AI 학습 데이터처럼 크고 구조화되지 않은 파일(블롭 데이터)을 온체인에 저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월러스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스토리지 프로토콜이다. 백서에 따르면 윌러스는 레드 스터프(Red Stuff)라는 2차원 인코딩 방식을 도입해 파일을 여러 개 조각으로 나눠 저장하면서도 일부 조각만으로 전체 데이터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방식보다 복구 과정에 드는 통신량과 비용이 줄어드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작은 파일 조각을 저장하는 구조는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나 결과물처럼 위·변조 없이 장기간 보존돼야 하는 파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저장 당시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데이터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윌러스는 실제 데이터는 블록체인 밖에서 저장하지만, 누가 어떤 데이터를 저장했고 어떤 노드가 이를 보관하고 있는지는 수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저장 내역이 투명하게 남기에 데이터가 제대로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블록체인 위에서 검증할 수 있다. 월러스가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면 수이는 창고 운영 내역을 기록하고 검증하는 장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월러스 생태계는 자체 발행 토큰인 월러스(WAL)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사용자는 WAL로 스토리지 리소스(저장 공간)를 구매하고, 데이터를 저장한 노드는 검증을 거쳐 WAL로 보상을 받는다. 토큰 보유자는 WAL을 위임하거나 스테이킹해 네트워크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저장 요율이나 인센티브 정책 등 주요 기준은 WAL 보유자들의 커뮤니티 투표로 결정된다.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는 “월러스는 파일을 전체 복제하는 방식에 비해 데이터를 복구하는 비용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는 노드 출입이 자유롭거나 노드 세트가 에포크마다 바뀌는 환경에서 큰 이점이 된다”고 분석했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 구성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환경에서도 파일 복구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I 확산, 롤업 기술 도입, 콘텐츠 저장 수요 증가 속에서 월러스가 탈중앙 데이터 인프라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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