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BTC)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재무 전략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BTC가 단순 가상자산을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기업 보유와 정부 차원의 전략적 비축까지 이어지면서 BTC의 탈중앙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들이 BTC를 활용한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할 경우 금융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6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에서 '탈중앙화 시대의 금융 질서 재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비트코인 파이낸스 포럼에서는 BTC가 어떻게 금융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은 탈중앙화 금융과 전통 금융의 융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레스턴 피시 에고데스캐피털 파트너는 “앞으로 10년 내 많은 기업이 현금과 주식 대신 BTC를 핵심 재무 자산으로 점진적 도입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 재무 구조의 혁신과 함께 BTC 채택 가속화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시 파트너는 BTC 투자에 적극 나선 대표 기업 스트래티지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2020년 5억 달러에 불과하던 스트래티지 비트코인 유동성은 5년 만에 약 600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이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을 ‘레버리지’ 방식으로 재투자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장기 국채와 주식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했지만 이제는 이 일부를 BTC로 대체해 인플레이션 헤지와 자산 가치 보존을 동시에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BTC가 전통 금융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탈중앙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피시 파트너는 “BTC에 대한 정부의 비축이나 기업의 보유 전략은 탈중앙성에 위협 요인이 된다”며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지, 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기업들이 보유한 BTC의 증명을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감사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비공개 기업이라면 보유 증명을 공개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BTC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증명을 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 커뮤니티가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모더레이터를 맡은 스테판 리베라 팟캐스터는 보유 증명 시 보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그는 “전반적으로는 준비금 증명 방식이나 지갑 주소 공개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보안상의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며 “만약 BTC 보유 기업들이 그들의 지갑 주소를 공개하게 되면 자금 유입과 유출이 모두 드러나고 투자자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가 함께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BTC를 활용한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할 경우 시스템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셉 추 민와일 신용부문 총괄은 “BTC를 보유한 기업들은 모두 서로 다른 전략을 갖고 있다”며 “이 가운데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회사들의 잔고에 BTC가 쌓이는 것은 BTC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콜옵션과 풋옵션이 포함된 구조로 BTC를 매입하는 경우 이 옵션들로 인해 가격이 급변할 경우 BTC를 팔아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대규모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영원하지 않겠지만 BTC는 사이클이 있는 자산이며 스트래티지도 과거 강제 청산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BTC를 재무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법정 화폐를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올려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구조는 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