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이 개인 간(P2P) 결제 서비스에 가상화폐를 도입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로 은행 계좌 없이도 국경을 넘는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페이팔은 16일(현지시간) P2P 결제 기능에 가상화폐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과 자사 달러 스테이블코인 페이팔USD(PYUSD)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능은 우선 미국에서 시작해 올해 말 영국, 이탈리아 등 해외 시장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4억 명에 달하는 페이팔 이용자들은 은행 계좌 없이도 가상화폐를 통해 국경을 넘는 송금과 결제가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가상화폐를 실생활 결제·송금 수단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이주 근로자나 프리랜서 등 원격 계약 근로자에 대한 스테이블코인 기반 급여 지급이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국제 송금은 스위프트망을 거쳐야 해 높은 수수료와 정산 지연이 불가피했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즉각적인 저비용 송금이 가능하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판테라캐피털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가상화폐 업계 종사자들 중 가상화폐로 급여를 받는 비율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받는 비중은 전체의 9.6%에 달한다.
최근 페이팔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며 전통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 2023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팍소스와 손잡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PYUSD를 공식 출시한 뒤 앱 내 결제 수단으로 추가했고 이후 스테이블코인 송금·결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페이팔 앱에서 PYUSD를 예치하면 연 4% 수준의 이자가 지급돼 사실상 은행 예금과 유사한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현재 PYUSD 시가총액은 13억 달러에 근접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초에는 미국 내 가맹점이 100종 이상의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서비스 ‘페이 위드 크립토’를 도입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가상화폐로 상품과 서비스를 결제하면 가맹점에는 자동으로 달러 등 법정화폐로 정산되는 방식이다.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바꾸지 않고 바로 일상 지불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면서도 가맹점에는 가격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디에고 스코티 페이팔 소비자 그룹 총괄은 “페이팔은 지난 25년간 사람들 사이의 자금 이동 방식을 혁신해왔고 이제 다음 주요 단계 나아가고 있다"며 “어디서든 친구와 가족에게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