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BTC)이 이번주 급등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 매년 추석 전후 BTC 하락이 반복되던 이른바 ‘추석 징크스’가 올해는 깨질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가상화폐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4일 오후 12시 45분 기준 BTC는 24시간 전보다 1.43% 올라 개당 12만 2171.35달러에 거래됐다. BTC가 12만 2000달러 선을 넘은 건 올해 8월 중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8월 14일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가 12만 4457.12달러와의 격차도 1.94%에 불과하다.
이번 주 비트코인의 가파른 상승세는 역설적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영향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정치·경제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금 같은 대체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역시 “연방 정부 기관의 휴무와 주요 경제지표 발표 지연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판단을 제약하면서 투기적 자금이 가상화폐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올해 BTC의 추석 징크스가 깨질 수 있을지에 쏠린다. 추석 징크스는 과거 추석 연휴 기간 BTC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BTC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부분 추석 무렵 가격이 밀리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명절 현금 수요 증가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매도와 연휴 기간 얇아지는 거래량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추석 연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초반 6만 620달러에서 출발해 추석 당일인 17일 5만 7767달러까지 약 3% 하락했다. 2021년에는 낙폭이 더욱 컸다. 연휴 첫날인 9월 18일 4만 8850달러였던 BTC는 추석 당일 직전 가파른 하락세를 타며 22일 4만 554달러까지 17% 급락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도 연휴 전후 5% 안팎의 하락세가 반복됐다.
다만 최근 들어 BTC의 글로벌화와 기관투자자 비중 확대로 이 같은 패턴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22년과 2023년 추석 기간에는 BTC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며 징크스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당시 연휴 첫날인 9월 9일 1만 9183달러였던 BTC는 12일 2만 2391달러까지 17% 뛰었다. 2023년 추석에도 연휴 기간 약 8%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징크스가 올해도 반복될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연휴 특유의 거래 위축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연휴 기간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줄어들어 시장 유동성이 감소한 상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명절 맞이 현금화 수요가 일부 증가하며 BTC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사례가 많지 않아 추석 징크스를 고정된 패턴이라고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우리나라에는 기관 투자자들이 BTC 거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전업 투자자들은 존재하고 연휴에는 이들의 활동이 줄어들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우리나라 추석 연휴가 중국의 중추절 연휴와 비슷한 시기로 맞물리는 점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올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같은 변수까지 더해지면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BTC가 12만 달러선을 새로운 지지선으로 안착한다면 올 4분기 중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 애널리스트는 “BTC의 사상 최고가 행진은 상당히 유기적인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와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는 가상화폐와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높이고 있다”며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예상 밖의 거시 지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 4분기 BTC의 사상 최고가 경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