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육성한 이더리움 레이어2(L2) 블록체인 잉크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타이드로를 선보였다. 거래소 기반 유동성을 온체인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크라켄의 디파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잉크 재단은 렌딩(대출) 프로토콜 ‘타이드로’를 출시했다. 타이드로는 대표 렌딩 프로토콜인 에이브 엔진을 잉크 생태계 맞춤형으로 재구성했다. 디파이는 코드가 공개된 오픈 소스 구조로 다양한 네트워크가 이를 변형해 자신들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잉크 재단은 타이드로를 “잉크 생태계의 핵심 디파이 인프라”로 규정했다.
주목할 점은 크라켄의 행보다. 크라켄은 이번 프로토콜을 자사 중앙화거래소 서비스와 직접 연동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크라켄 플랫폼 안에서 손쉽게 디파이 대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중앙화거래소의 유동성과 온체인 자본시장을 잇는 구상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크라켄은 지난해 잉크 체인 출범 계획을 밝혔고, 같은 해 12월 잉크 체인이 정식 출시됐다. 올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기와체인을 출범한 것처럼 크라켄은 한발 앞서 블록체인 생태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타이드로는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예치·대출·청산 등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용자는 자신의 지갑에서 직접 자산을 관리하는 비수탁형 방식으로 거래한다. 예치자는 자산을 타이드로 풀에 맡겨 이자 수익을 얻는다. 차입자는 초과담보를 제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담보 가치가 기준선 아래로 하락하면 자동 청산이 실행돼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잉크의 기축통화인 잉크 토큰(INK)은 타이드로의 핵심 인센티브로 사용된다. 초기 유동성 공급자는 INK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더블록에 따르면 타이드로 이용자는 포인트를 적립하게 되고, 이는 추후 첫 번째 에어드롭의 청구권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날 기준 타이드로에서 지원하는 가상자산에는 테더(USDT), 이더리움(ETH), 크라켄 랩트 비트코인(kBTC), 글로벌 달러(USDG), 에이브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GHO 등이 있다. 향후에는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과 같은 다양한 가상자산이 단계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타이드로가 출시한 이후 잉크 블록체인의 총 예치금(TVL)은 빠르게 증가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일 기준 잉크 블록체인의 TVL은 1억 4853만 958달러를 기록했다. 10일 9535만 4118달러에서 약 3일 만에 56% 급증했다.
이처럼 중앙화거래소가 자체 블록체인을 앞세워 디파이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는 추세는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최근 자사 앱 내에서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베이스 기반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 기능을 출시했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