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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톺아보기]블록체인, 우버 에어비앤비 무너트릴까

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
공중 화장실과 내 집 화장실 중 어디가 더 깨끗할까? 안 봐도 뻔하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재는 금방 망가진다’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때문이다. 개인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 한 결과가 전체의 손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사유재산권의 인정, 사유화다. 각자가 자신의 것에 이름표를 붙이고 관리하면서 그 대가로 발생하는 모든 편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사유재산권은 자본주의의 기초가 됐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사유화는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많이 갖게 되는 권력과 부의 집중, 세상의 불균형과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가져왔다. 이른바 ‘사유화의 비극’이다.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는 더 기우뚱하게 됐다.



정부는 ‘공유지의 비극’과 ‘사유화의 비극’을 해결하겠다며 관리를 강화하고 규제를 쏟아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아날로그 경제보다 더 커진 디지털 경제가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초창기 인터넷의 비전은 ‘완벽한 탈중앙화와 분산화를 통한 정보의 자유롭고 평등한 이용과 안전한 공유’였다. 그러나 여기에도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했다. 디지털은 위·변조가 쉽고 복제가 자유롭다 보니까 순식간에 거짓된 정보와 데이터가 난무하면서 왜곡이 심해졌다.

‘사유화의 비극’까지 더해졌다.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 경제는 오프라인 경제보다 더 한 불균형을 가져왔다. 데이터와 기술을 가진 자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됐고, 그들은 데이터와 기술이 없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자유와 권리를 훼손했다. 권력집중과 사익 추구의 속도와 집중도가 오프라인보다 훨씬 빠르고 심해졌다.

사람들은 디지털 경제가 가져온 ‘공유지의 비극’과 ‘사유화의 비극’을 해결할 구원 투수로 ‘공유경제’를 주목한다. 그렇다면 공유경제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디지털 재화는 복제가 쉽고,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공유경제에 최적이다.

지금은 영상이나 음악, 소설, 만화, 게임 등을 사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끼리 공유한다.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가 쏟아진다. 음악파일(MP3)을 사서 듣던 시대에서 아무 때나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듣는 시대가 됐고, 종이신문과 책 또는 비디오를 사서 보던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찾고 있다.

비단 작은 재화만이 아니다. 값비싼 집과 고급차까지 나눠 쓰는 에어비앤비와 우버도 등장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소유시대는 가고, 공유경제 시대에 성큼 진입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까? 디지털 공유경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어려운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우선 디지털 재화는 손에 잡히는 실물과 다르다. 눈에 안 보이는 무형의 재산이지만, 일견 공공재적 성격도 갖췄다. 그래서 소유권이나 사용권, 공유권 등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고 엄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극히 어려운 과제다.

공유경제 시대에도 디지털 재화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눈에 보이는 재화는 쉽게 지갑을 열어 사지만, 복사가 가능한 무형의 재화는 공짜라고 생각한다. 불법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콘텐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사용해도 별 꺼리낌이 없다.

여기다 디지털 재화는 가치 산정과 관리가 어렵다. 우리는 매일 IT 장치를 이용해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로그 데이터, 웹 접속 기록 등 방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를 만든다. 로컬 장치에 저장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들의 동의 하에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 이후 개인정보를 알 수 없도록 비식별화 작업을 거친 후 공유 자산으로 이용된다.

정부 기관은 공공의 목적으로 각종 데이터를 공개한다. 기업은 고객의 개인정보와 거래·지출 내역, 웹 이용 패턴을 이용해 신용도, 위험도, 관심, 성향을 분석해 고객관리와 마케팅에 활용한다.

정부는 최근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통해 개인정보를 직접 침해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서비스 개발이나 혁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다.

맞는 말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빅데이터가 개인정보의 집합이기 때문에 하나의 데이터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지만, 퍼즐 맞추기식으로 개별 데이터를 짜 맞추면 식별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적이고 민감한 정보까지 과도하게 수집하고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디지털 데이터와 재화는 쓴다고 없어지지 않고, 공공의 목적에 맞게 많이 활용할 수록 모두에게 득이 되는 공공재 특성도 가진다. 지식재산 관점에서 지적가치를 지니는 재화다. 그래서 상업적 목적으로 쓸 경우에는 수익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계약법이나 지식재산권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보호될 뿐 법적 보호 장치는 미비하다. 기술적으로도 소유권을 입증하거나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공유경제의 아이콘이 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수 많은 참여자가 함께 노력해 커뮤니티를 키웠다. 그런데 그 결과로 얻게 되는 수익은 참여자가 아닌 소수의 주주에게만 돌아간다. 진정한 공유경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블록체인은 이처럼 디지털 경제가 직면한 수 많은 장벽들을 넘어갈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오프라인 경제의 한계를 디지털 경제가 뛰어넘고, 디지털 경제가 안고 있는 ‘공유지의 비극’과 ‘사유화의 비극’ 문제는 공유경제로 풀면 된다. 그리고 공유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블록체인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인터넷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거래하는 모든 데이터의 소유권을 투명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기록하고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 계약에 따라 소유권 이전과 사용권 허락도 가능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명확하게 줄 수 있다. 지금 현재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에 있어 머지 않아 위키피디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리눅스 등 지식 공유를 위한 오픈 플랫폼이 블록체인으로 구현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은 특히 오픈 플랫폼 참여자가 만든 창작물의 품질 향상과 정보의 정확성을 유도할 객관적 평판 측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후원자는 에스크로(별도) 계좌에 지원금을 기부하고, 참여자는 평판을 쌓아가면서 블록체인 계좌의 숫자를 높일 수 있도록 연동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거짓 정보를 작성하는 참여자는 자연스럽게 입지가 좁아지고 공동체 발전에 대한 기여하면 평판도 높아지고 보상도 많아진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빅데이터에 포함된 개인 정보는 개인키를 가진 데이터 소유주만 접근이 가능하다. 누구나 블록체인의 내역을 볼 수 있지만, 익명성은 유지된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공의 가치 보전과 집단 전체의 효율 향상으로 이어지고,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커지고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공공의 가치는 높아지고 안전해 진다. 개인의 이기적 노력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높은 효율로 연결되는 이상적 메커니즘이 실현되는 셈이다.

여기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공유해 데이터 이용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제공된다. 공평한 보상 분배도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권력을 분산하고, 경제적 이익과 기술적 편의가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전통적 자본주의와 인터넷이 이루지 못 한 디지털 공유 경제와 분산 자본주의를 실현할 요소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뛰어넘는 진정한 공유경제 플랫폼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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