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체 토큰을 앞세워 새로운 고객 확보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매매를 하는 것 만으로도 거래소 토큰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암호화폐를 다른 거래소로 옮기지 않고 있으면 이자를 주는 식이다. 거래소 토큰은 투자자의 거래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한 기능을 넘어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영역을 한 단계 확장하는 모양새다. 거래소들은 이를 통해 △거래량 증가 △고객 충성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28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지와 코인베네, 에프코인(FCoin) 등은 매매 채굴(트레이딩 마이닝) 방식으로 자체 암호화폐를 거래 고객에게 지급하고 있다. 트레이딩 마이닝 방식이란 암호화폐 거래소가 매매를 하는 이용자에게 거래소에서 발행한 자체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면 적게는 발생한 수수료의 50%부터 많게는 지급한 수수료 이상의 토큰을 배분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 매매만으로 거래소 토큰을 채굴해 확보할 수 있으므로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때보다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일종의 수수료 환급정책인 셈이다.
구체적인 지급량과 방식은 거래소마다 조금씩 다르다. 비트지는 BZ토큰을 운용하면서 매매 거래량에 비례해 BZ토큰을 분배한다. 코인베네도 자체 토큰 CONI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본인이 지급한 매매 수수료만큼을 CONI토큰으로 되돌려 준다. 이 외에도 거래소 FCoin이 FT코인을, BEX과 BKK토큰을 트레이딩 마이닝 방식으로 발행해 이용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환급해준다. BKEX도 수수료에 비례해 BKK토큰을 지급한다.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이자와 같이 토큰을 분배해 주는 홀딩 수수료 방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인베네는 CONI토큰을 가지고 있으면 보유분에 비례해 이더리움을 받을 수 있다. 에프코인의 경우 거래소 내 보유 금액의 2~3%를 FT코인으로 지급한다. 특히 FT코인은 에프코인에서 직접 상장시킨 후 가격이 60배 이상 급격히 오르기도 했다. 거래소 이용자 입장에서는 암호화폐를 보유해 받은 이자의 가격이 올라 추가 수익을 얻게 된 셈이다.
업계는 거래소 토큰의 기능 확대가 고객 확보 경쟁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거래소 토큰은 해당 거래소 내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거래소 토큰을 보유할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을 늘리는 정책은 결국 고객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전략인 셈이다. 또 매매가 활발할수록 더 많은 토큰을 줘 거래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10위권 안팎에 머물던 비트지와 코인베네는 트레이딩 마이닝과 홀딩 수수료 지급 전략 등으로 최근 거래량 기준 암호화폐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28일 암호화폐 종합 수치를 비교 제공하는 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지난 27일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지와 홍콩 거래소 코인베네가 24시간 거래량 순위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27 일 기준 비트지의 거래량은 33만 2,688BTC(한화 약 2조원), 코인베네는 16만 7,436BTC(한화1조 1,400억원)이다. 코인베네는 한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현재 27위권으로 다시 내려왔다. BKEX는 베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일일 평균 5,000BTC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레이딩 마이닝 방식이 거래소 내부의 자전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업체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매매를 많이 해 더 많은 토큰을 받으려고 기계적으로 의미 없는 거래를 일으키기 때문에 거래소의 거래량 증가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거래소들의 자체 코인 가격은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레드오션이 된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래소들이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수수료 절감 경쟁을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바이낸스, 후오비등 거래소들의 매매 수수료는 0.1% 정도로 다른 거래소들도 엇비슷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많은 거래소들 중 트레이딩 마이닝과 같은 방식으로 수수료를 돌려받거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거래소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점점 거래소의 이익을 사용자에게 분배하는 거래소들이 상위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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