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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⑬]보물선 코인의 양두구육···억울한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초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을 하며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결승전은 필자에게 ‘패션의 나라’와 ‘넥타이의 나라’의 대결로 보였다. 뭔가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느낌이 들면서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즉 데자뷰(Dejavu·기시감)가 느껴졌다.

데자뷰는 패션에 대한 두 나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우선 프랑스는 패션을 논할 때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나라다. 패션을 말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트 쿠튀르’나 ‘프레타 포르테’는 모두 프랑스와 연관된다.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는 불어로 고급 맞춤복(High fashion), 프레타포르테는 기성복(Ready to wear)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세계 최고의 의상 박람회로 꼽히는 패션 컬렉션 행사이기도 하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현재 비즈니스맨들이 매는 넥타이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다. 물론 처음부터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용도는 아니었다. 예전에는 병사들의 전유물이었다. 크로아티아 병사들은 전쟁에 나갈 때 크라바타(Kravata)라는 천을 목에 묶었다. 크라바타는 아내나 애인이 전쟁에 나가는 남편 또는 연인을 위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사랑의 징표이자, 무사 귀환의 부적이었다.

그런데 크로아티아 병사들이 루이 14세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전쟁 승리 기념 시가행진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때 크로아티아 병사들은 목에 넓은 장방형 천을 두르고 있었다. 목숨과 사랑을 위해 정성을 다 한 소중한 물건이기에 병사들은 더욱 위풍당당하게 크라바타를 목에 매고 행진했고 돋보였다.

당시 크라바타가 화려하고 아름다워서인지, 아니면 연인의 정성이 애틋해서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병사의 전유물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 귀족들은 크라바타에 반해 정교하고 다양한 색상의 수공예물로 만들었다. 프랑스 귀족들은 여러 형태로 넥타이를 만들고 왕실 무도회나 사교 모임 등 중요 행사에 매고 나갔다. 그러면서 귀족과 신사의 권위와 패션을 상징하는 유행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영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남성들이 정장을 입을 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크라바타라는 멋진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프랑스가 크라바타를 패션으로 완성 시키고 비즈니스를 이끌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약간의 비약은 있지만, 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천신만고 끝에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우승은 프랑스에게 넘겨줬다. 이 두 사건이 필자에게 오버랩된 것이다.

크로아티아가 크라타바를 패션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필자는 ‘작은 것에 대한 만족’ 또는 ‘더 큰 것으로 나아가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넥타이의 기원에서 남성 패션의 완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월드컵 결승전 결과와 빗대고, 이를 ‘역사의 반복이 주는 데자뷰’라고 해석한 것은 일견 필자의 지나친 상상력일 수 있다.

이제 블록체인으로 돌아와 보자.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도 역사가 반복되는 데자뷰가 엿보인다. 보물선이라는 해묵은 소재가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의 가면을 쓰고 슬픈 역사를 반복하려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물섬이나 보물선은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해 흥미진진한 재미를 더해준다. 만약 현실에서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말하면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말릴 것이다. 그럼에도 로또 당첨 보다 더 낮은 수 억 분의 1의 가능성으로 보물섬이나 보물선을 찾고 일확천금을 얻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상식을 가진 대다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보물선에 대한 환상은 여전한 듯 하다. 최근 돈스코이호에 대한 인양과 이것을 빙자한 코인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수 많은 모호함과 불투명성으로 논란도 많고 투자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지만 투자하는 사람이 있을 듯하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몫이다. 그러나 실패의 위험을 숨긴 채 투자하라고 하면서 ‘결과는 무조건 투자자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책임한 행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보물선 소유권 이슈, 인양 가능 여부, 실제 자산의 가치 규모 등을 논하기 앞에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투자자 개인이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막을 필요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러나 그에 앞서 사업 당사자인 회사는 왜 자기 책임 하에 직접 투자를 받지 않느냐는 것은 따져야 한다. 또 코인을 발행하면서도 중간에 대리인 또는 모집인을 두고 간접적으로 투자를 받는 이유도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업성이 좋고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사업을 왜 직접 모집하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워 모집수당까지 주면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앞세울 때는 이런 일들이 자가당착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정수는 탈중앙화와 직접거래(P2P·Peer to Peer)다. 보물선 코인이 블록체인 비즈니스라고 말할 때는 최소한 이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 두 가지를 빼면 블록체인 비즈니스라고 부르면 안 된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가져온 산업적 혁신을 넘어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전제로 하고 기술력이 담보돼야 한다. 단순히 돈 놓고 돈 먹는 식의 투기성 사업을 ‘코인을 발행했다’는 이유로 블록체인 비즈니스라고 주장하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다.

더군다나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필자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 기반의 사업은 언제든 환영한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 식의 사업은 철저하게 싹을 잘라내야 한다.

사업의 목적과 수익성에 동의하고 흔쾌히 투자할 사람들을 모아 법에 따라 보물선을 인양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은 말릴 생각도 없고 말릴 수도 없다. 그러나 ‘블록체인’이라는 용어와 기술을 앞세워 사람들을 현혹 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투자자들도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BM)을 꼼꼼히 살펴보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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