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센터는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탄생에 발맞춰 새롭게 탄생한 직업을 하나씩 조명하고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주부터 매주 월요일, 10회에 걸쳐 각 일자리의 현황과 특징, 업무내용, 전망을 소개한다.
현재 블록체인 산업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뭘까.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즉 토큰의 가치가 얼마나 커질 것인가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생성되는 만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찰스 호스킨슨이 암호화폐의 90% 이상이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상반기에만 1,000여 종의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암호화폐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찾아 전달하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바로 암호화폐 전문 연구 연구원(Researcher)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트코인익스체인지가이드(BitcoinExchange Guide)가 2018년 암호화폐 영역에서 파생된 새로운 직업 6종류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암호화폐 전문 분석가는 유망한 직종으로 꼽힌다.
블록체인 전문 연구원은 주로 암호화폐 시장 정보를 분석수집·분석·예측하여 기관투자자 또는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일일 차트를 분석해 주간 시황을 전달하는 것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의 등락에 영향을 미칠 국내외 사건, 규제 등을 모아 예견하는 작업까지 다양하다. 주식 시장 등 전통 금융투자상품시장의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와 비슷한 역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연구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블록체인 전문 엑셀러레이팅 회사나 암호화폐 거래소 소속으로 활동중이다. 암호화폐 시장보다 블록체인 산업 자체를 연구하는 연구원까지 범위를 넓히면 현재 대기업 소속으로 활동하는 연구원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거래소 코인원에 3명,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 소속으로 2명, 블록체인 온라인방송채널 코인사이트 소속 1명이 있다. 이외에도 크립토펀드인 해시드에도 전문 리서치 팀이 있다.
최근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국내 거래소 코인원이다. 코인원은 자체 리서치 센터를 신설하고 암호화폐 분석 및 주간 시황 등을 보고서 형태로 발표하고 있다. 현재 세 명의 분석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내달 한 명의 분석가가 추가 합류한다. 코인원의 경우 지난달 14일에 ‘암호화폐에는 내재가치가 있다’는 보고서를 시작으로 지난 20일에는 ‘Tezos - 하드포크의 위험을 감소시킨 플랫폼 블록체인’이라는 보고서까지 총 5번의 주간보고서를 냈다. 조회 수도 6,000 건 대를 기록하는 등 보고서 하나하나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 팀장은 “금융권에서 활용되는 가치 측정 기법을 암호화폐 시장에도 적용해 분석하고 있다”며 “투자 관점에서 암호화폐를 분석해 증권분석 콘셉트의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딩 업체 체인파트너스의 경우 현재 활동하는 두 명의 애널리스트가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곧 한명의 연구원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 센터는 암호화폐 흐름을 분석한 크립토와치(Crypto Watch), 시장 동향 정보를 알아보는 인뎁스 리포트(Indepth Report)등 4개 종류의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조셉 홍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는 발행 주체가 탈중앙화돼 있기 때문에 여러 시장관계자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암호화폐 채굴자, 블록프로듀서(BP), 펀드, 개인투자자, 거래소 등 여러 주체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은 새로운 산업이기 때문에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나라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라고 업무 특징을 설명했다.
현재 활동 중인 이 분야의 선구자들은 현 단계에서 암호화폐 전문 분석가라는 업의 본질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 팀장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정보 비대칭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전문 리서치를 통해 투자자와 프로젝트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토큰을 발행하는 주체가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지만, 막상 투자자들은 이 정보에 접근하기 매우 힘든 구조”라며 “정보 흐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매커니즘 등 정보를 제공해 투자의 올바른 가치판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조셉 홍 애널리스트 역시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 여러 플랫폼에서 허위정보가 많이 돌고 있다”면서 “정보의 질도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블록체인 연구원에게 필요한 역량도 허위정보를 가려내고 깊이 있는 분석을 끌어낼 수 있는 판단력과 분석력이라고 이들은 설명하고 있다.
투자자문 영역 이외에도 삼성 등 대기업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 내에서도 블록체인 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대한 분석과 메커니즘을 분석해 기업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부를 판단하고 비즈니스 구축을 위한 내부 정보를 구축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정보를 동영상으로 전달하고 있는 코인사이트의 박진형 리서치 어시스턴트(RA)는 “프로젝트의 백서를 보고 선별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며 “토큰 설계 구조, 토큰 밸류 파악 등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박 RA는 앞으로 블록체인 연구원 직종에 경영학이나 인문학 등 여러 전공 기반의 인력이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현상에 대해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초창기에 있어 아직 명확한 설명조차 갖춰있지 않다”며 “산업에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시장 조사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블록체인이 컴퓨터 공학에 기초한 베이스로 시작한 데이터베이스의 형식임은 맞다”면서도 “이 산업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경제, 경영 쪽으로 인사이트를 심어 줄 수 있는 인문학적 베이스의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 수요도 늘고 있다. 특히 거래소 업계 등 투자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이미 암호화폐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는 추세다. 거래소 업비트도 암호화폐 인덱스 서비스인 ‘UBCI’사이트에서 암호화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보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전문 연구소 람다256 팀에서 구성한 전문 콘텐츠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이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며 “깊이 있는 인사이트로 시장의 방향을 만들어줄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 연구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내부적으로 도입을 위해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며 “관련 인원 충원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팅 회사 해시드도 지난 3월 리처치 팀의 인원을 충원하기 위한 모집 글을 게재했다. 당시 해시드는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기술력과 비지니스 성공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 이코노미에 큰 관심을 가지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백서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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