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久必合 合久必分(분구필합 합구필분).
삼국지에 나오는 구절로 ‘천하란 나눠진지 오래면 합쳐지고, 합쳐진지 오래면 나눠진다’는 말이다. KBS 라디오의 드라마 프로그램인 ‘와이파이 삼국지’가 시작할 때 나오기도 한다. 무릇 소설에서 나오는 문구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역사의 큰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역사가 그렇다.
사분오열된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가 됐다. 초한지의 무대와 한나라 시대, 삼국지의 무대를 지나 통일된 수당을 거치고 명청을 지나 현재의 통일된 중국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삼국시대에서 신라로 통일됐다가 후삼국으로 쪼개진 후 다시 고려와 조선의 단일시대를 거쳤다가 지금은 분단된 아픈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컴퓨터 시스템의 아키텍처 변화와도 유사하다.
최초의 컴퓨터는 메인프레임이라는 중앙화된 시스템이었다. 호스트 환경인 중앙화된 컴퓨터가 상당기간 이어졌다. 그러다 다운사이징이라는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이 나왔다. 하나에서 둘로 쪼개진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나뉜 지 오래되니 다시 합쳐진 중앙화된 웹 시스템이 나왔다. 이후 다시 앱을 위시한 분산된 리치 클라이언트 시스템으로 나눠졌다가 현재는 또다시 합쳐진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클라우드 기반의 중앙화된 시스템도 블록체인이 나오면서 다시 나눠진 시스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역사의 흐름과 너무나도 맥을 같이 한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발전하고, 블록체인 시스템도 진화한다. 합쳐지면 나눠지고, 나눠지면 합쳐지는 역사의 반복되는 모습은 블록체인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듯 하다.
현재는 탈중앙화의 기치로 앞으로 나가고 있지만, 탈중앙화가 마무리된 후에는 인공지능(AI)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화를 활용한 시스템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는 중앙화된 성격의 자율통제정책이 작동하는 아키텍처가 다시금 대세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하나로 중앙화된 것과 여러 개로 분산된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도 하나가 됐다가 나눠지고 그러다 다시 합쳐지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컴퓨터 시스템도 하나로 합쳐진 중앙화된 시스템이 영원한 정답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산된 시스템이 정답도 아니다. 더욱이 시스템 아키텍처는 선택의 문제일 뿐, 맞고 틀리는 정답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정답만 찾아다녔다. 인생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세상살이에는 정답이 있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상황이 훨씬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정답 자체보다는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가 중요해지고, 논리적 근거가 맞다면 그 선택은 정답이 된다. 또 정답을 찾는 과정이 명확하고 맞다면, 그 역시 정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을 받아들여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야 마실 수 있고, 쓸 수 있는 물이 된다. 이런 자연의 이치에서 보듯 정체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보다는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새롭게 시도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이 생존을 위한 경쟁력이 된다. 그래서 도전과 모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현실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한다.
많은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보면, 왜 블록체인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탈중앙화가 정말 필요한 아키텍처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아키텍처는 선택의 문제다. 맞고 틀림을 판정할 수 있는 정답의 문제가 아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논리적 근거와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 또 백서에 제시된 일정과 기능을 약속대로 보여주고, 사업의 범위를 타당하게 제시해 자신의 프로젝트가 정답임을 입증해야 한다.
달도 차면 기울어졌다가 비워지면 다시 꽉 차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지난주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이 5,000년 동안 합쳐져 있다가 70년간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블록체인은 떨어져야 할 때이지만, 한반도는 합쳐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추석의 보름달을 보면서 똑같은 소원을 빌었을 모든 사람과 함께 소원성취하는 한가위가 됐기를 바란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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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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