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아버지다(I am your Father).”
가장 성공한 영화 시리즈 중의 하나인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스타워즈는 우주에 대한 꿈과 모험심을 심어준, 대표적인 SF(공상과학) 환타지 영화다. 해당 장면은 당시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적 사고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서양에서는 많은 영화에서 패러디하는 유명한 장면이다.
스타워즈에서는 은하제국의 제국군과 저항군이 싸우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미래를 소재로 한 SF 영화에서도 지구는 하나의 제국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우주의 침략자들과 대립하거나 협력하는 줄거리가 많다. 우주를 상대로 싸워야 하기에 지구의 국가는 서로 싸울 겨를 없이 하나의 국가로 뭉친다. 사실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세계화(Globalization)돼 있다. 그러나 완벽한 하나의 국가 체계를 갖추고 있진 못하다.
지난해 비트코인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때였다. 팔순이 넘은 필자의 장인어른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설명 드릴 기회가 있었다. 법학을 공부하셨던 장인어른은 설명을 듣자마자 “그런 아나키즘(anarchism·무정부주의)을 정부에서 허용하겠는가?”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셨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미래의 세계는 블록체인이 기반이 된 지구제국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 핵심은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요소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선 2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바로 ‘돈’과 ‘인사(人事)’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능이다.
실제 국제거래에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앞으로 완성될 지구제국 입장에서는 현재의 실물화폐제도를 그대로 이용한다면 통제가 어려워 질 것이다. 그래서 효율적이고 관리가 편리한 전자적 형태의 화폐와 통화(通貨)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또 분권화된 미래의 국가는 투명한 운영을 위해 존재하지만 형태가 없는, 즉 소프트웨어와 플랫폼과 같은 무형의 유기체를 통해 투명한 운영을 하도록 발전하게 될 듯하다.
블록체인이 꿈꾸는 세계는 중간자가 없는 세계다. 탈중앙화(Decentralized)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중간자(또는 중계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없는 것이다. 이는 앞선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무형의 유기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게 된다.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진 무형의 유기체다.
회사(법인격)와 소프트웨어는 분명히 존재하면서 작동한다. 다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다. 그것은 바로 무형의 유기체인 소프트웨어 특징 때문이다. 전자화된 통화와 무형의 분산화된 자율조직에 의해 스스로 통제되고 운영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사회가 만들어가게 될 모습이다.
사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사이퍼펑크’(Cypherpunk)와 같은 저항적 사상을 갖고 태동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통해 중앙은행 없이 발권과 송금이 가능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탈중앙화된 자율조직)를 통해 분권형 조직의 가능성을 엿봤다.
앞으로 정치와 행정에서도 스스로 작동하는 신뢰기반의 블록체인으로 조직된 무형의 유기체 사상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 본다면, 진정한 지구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고란 중앙일보 기자는 최근 시작한 ‘쇼미더크립톡’이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암호화폐는 홍길동”이라고 말했다.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했던 홍길동과 현재의 암호화폐 처지를 빗댄 것이다. 동양적 문화와 한국의 현재 상황을 적절히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동양과 서양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서양은 아버지임을 밝히고 있는데, 우리는 어찌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까?
최근 블록체인과 관련된 블록체인서울, 스마트클라우드쇼, 부동산블록체인엑스포 등 굵직한 대형 행사들이 연이어 열렸다.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는 지구제국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확한 이해와 미래 사회를 위한 통찰(인사이트)을 바탕으로 이제는 블록체인이 홍길동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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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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