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제품을 수제라고 속인 쿠키, 벌집 모양 왁스가 들어간 벌꿀 아이스크림…’
안전한 먹거리는 언제나 중요한 이슈다. 제조 및 유통과정의 정보가 투명하게 모니터링돼야 하고 언제든 이력이 추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보의 위·변조가 가능한 현재 시스템에서 소비자들은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식품산업유통업체 농심이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축산물 유통 이력관리 서비스의 개념증명(Proof of Concept·PoC)을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
11일 농심그룹 계열사 농심데이타시스템(NDS·대표이사 김중원)에 따르면 ND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추진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시스템 시범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식품안전분야 블록체인 기술 적용사업을 진행 중이다. NDS는 농심그룹 계열사 유통기업 메가마트(Mega Mart)가 판매하는 프리미엄 소고기의 유통이력 관리를 위해 글로벌 식품안전 이력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앰브로서스(Ambrosus)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솔루션은 도축장부터 가공장, 판매장까지 실물 데이터의 추적이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 연계 시스템으로 PoC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유통 전 과정에서 실시간 데이터 연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축산물 이력을 매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현재의 5일 이내 신고시스템을 실시간 신고로 전환하여 축산물 위기 대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솔루션은 이달 말 준비를 마치고 다음 달부터 유통부문에 한해 부분적 시행에 돌입한다.
엔드 투 엔드, 즉 소의 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장까지 전 유통과정의 정보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NDS의 축산물 유통 이력관리 시스템은 하이퍼레저(Hyperledger)를 활용한다. 하이퍼레저는 여러 산업에 걸쳐 응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목표로 리눅스 재단에서 주관하는 블록체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NDS는 이 가운데 모듈 구조를 가지는 분산응용 플랫폼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정보 분석 개발도구 ‘하이퍼레저 익스플로러’, 블록체인의 성능을 측정하는 ‘하이퍼레저 캘리퍼’를 이용한다. 정보의 등록과 확인은 블루투스 및 QR코드를 통해 용이성을 높였다. 각 가축의 귀에는 블루투스 기반의 인식시스템이 부착돼있어 이동에 따라 자동으로 데이터가 블록체인 상으로 올라간다. 이후 유통과정에서는 바코드 인식을 통해 데이터가 전송되며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가공품에 등록된 QR코드를 통해 정보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장부를 작성하던 현재보다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고 한번 입력되면 수정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에 따라 데이터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축산물 이력관리는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블록체인 기반 공공분야 6대 시범 사업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NDS가 주관 사업자로 지정됐으며 농림축산식품부, 한국 축산물 평가원 등과 협업하고 있다. NDS는 ‘블록체인 기반의 축산 가공품 이력관리시스템, 방법 및 컴퓨터 판독 가능 저장매체’에 관한 특허도 출원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식품 안전 솔루션은 다른 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해 처리속도가 원활하지 않거나 국내 업무 시스템(ERP)과 연계되지 못한 점 등 국내에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홍성완 NDS 전략사업본부장은 “다른 해외 프로젝트와 달리 하이퍼레저를 이용해 트래킹(Tracking)에 적합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 세계 축산물 이력관리 우수 4개국 중 하나인 한국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강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달 PoC가 성공하면 NDS는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시스템을 돼지고기와 가금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축산물 이력관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유통과정의 온도 변화 모니터링도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축산 분야를 넘어 다른 식품분야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소비자들은 본인이 구매한 식품에 대해 확실한 이력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의 변질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서비스가 인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용화가 시작되면 확산속도는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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