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전산 서버관리나 교육사업 등 외부업체와 여러 가지 사업을 함께 진행하거나 외부 사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위탁한다.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정업체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이 과정들이 수기(手記)로 이뤄진다.
영등포구청은 이 과정을 보다 청렴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평가시스템을 단순히 디지털화한 공공기관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전국에서 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평가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영등포구청 전산운영팀은 국내 블록체인 기업 글로스퍼(Glosfer)와 함께 프라이빗 체인을 구축했고 기존 전산시스템 내부에 도입했다. 글로스퍼는 지난 2월 노원구청과 함께 국내 최초의 지역화폐 노원코인(NW)을 성공적으로 도입시킨 기업이다.
블록체인을 통한 평가시스템의 시행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업체들이 제안서를 제출하면 이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구청의 심사위원들은 태블릿을 받고 각자 부여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평가시스템에 로그인한 후, 프레젠테이션 중에 평가 점수를 입력한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평가지를 손수 걷어 취합하던 과거와 달리, 심사가 끝나는 즉시 시스템이 자동으로 집계하며 선정결과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결과들은 곧바로 블록체인 위에 저장되고 평가 및 선정결과는 홈페이지에 자동으로 공개된다.
영등포구청의 평가시스템은 입찰평가회의 진행 시 위원들의 점수를 아무도 조작할 수 없도록 예방해 투명성을 확보했다. 동시에 평가표를 취합하는 등 담당 직원이 수행하는 내부적 절차를 시스템화해서 실수도 방지할 수 있다. 참여업체들은 결과 통보까지 4일에서 5일 정도 기다리던 과거와 달리 곧바로 통보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영등포구청은 지난달 ‘실내 환경(공기질) 개선 및 에너지 관리 사물인터넷(IoT) 구축사업’에 평가시스템을 시범적용 했다. 시범사업에서 평가위원들은 암호화된 아이디와 패스워드 로그인이 불편하다는 점, 각 단계마다 이루어지는 서명 및 단계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사업 담당자는 사업등록을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현재 사업에 대한 진행절차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며, 사업담당자가 최종 블록체인에 등록을 해야 결과가 노출된다는 점 등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이후 영등포구 전산운영팀은 평가위원들에게 QR코드를 자동적으로 생성하는 원스톱 로그인 시스템과 일괄서명, 단계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담당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세분화한 메뉴를 하나로 통합해 사업등록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평가위원들의 진행 절차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며 평가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블록체인에 등록할 수 있도록 손보고 있다. 개선된 시스템은 다음 사업 평가부터는 곧바로 시행된다.
영등포구청은 이번 블록체인 기반의 제안평가시스템 구축으로 ‘2018 서울시 반부패 우수사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영완 영등포구청 전산운영팀 직원은 “이번 성과는 공공기관 청렴도를 높이고자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로 접근한 결과”라며 “이번 사업이 안정화된다면 다른 평가 및 실시간 공개 업무 부문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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