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디자이너(Trust Designer), 저희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가치가 신뢰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가치를 서비스화해서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16일 고려대에서 열린 ‘2018 한국블록체인학회 학술대회 워크숍’에서 권용민 SKT 수석은 ‘엔터프라이즈 관점에서 본 블록체인의 활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대기업, 금융, 물류, 법률, 제도의 다섯 가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진행했다.
권 수석은 “온라인에서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아직까지는 디지털 거래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높은 신뢰비용을 들었다. 디지털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위변조 방지 등을 위한 높은 신뢰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수석은 이런 문제점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를 구축함에 따라 신뢰비용이 대폭 절감되고 실물경제의 자산과 거의 유사한 범위의 자산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 수석은 SKT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바일 신분증 사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SKT의 모바일 신분증은 1회성 본인 확인 수단이던 기존 신분증과 달리 블록체인에 기반해 각종 자격과 권한, 소유 증명에 더해 계약, 거래 등의 행위까지 증명할 수 있다.
김우섭 피노텍 대표는 ‘핀테크와 블록체인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금융분야를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블록체인 진출전략을 설명하며 ‘블루오션 지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북위 30도 아래의 국가들은 아직 페이스북과 구글 등 IT 공룡들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블루오션”이라며 “현금도 부족하고 금융시스템도 부족한 이 국가들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신용 데이터와 현금이 부족해 대출이 어렵고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대입하면 개인정보의 가치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는 “기존 화폐가 지역·공간에 갇혀 있다면, 암호화폐는 공간을 넘나든다”며 사용편의성과 확장성이 기존 화폐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기문 케이엘넷(KL Net) 실장은 물류분야의 정보 연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물류분야에서의 블록체인 도입 현황을 설명했다. 권 실장은 “블록체인 자체를 물류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비표준 문서 및 글로벌 정보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성에 기반한 물류업무 개선을 위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토큰에 기반해 선박예약권을 거래하면 거래 무효시 자동으로 예약금을 걸어두고 자동으로 이체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생성하고, 거래 성사 시엔 암호화폐를 제공해 거래 취소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암호화폐와 민사집행 절차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물이 없는 암호화폐는 현행법상 보전처분 및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채무자 개인의 전자지갑에 보관된 비트코인의 경우 법정 성질을 우선 특정한 다음 집행방법을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연구 발표를 맡은 홍은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암호화폐가 어떻게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홍 연구관은 “블록체인의 강점은 자유로운 가치이전을 가능케 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이라며 “자유에 수반하는 의무를 다한다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사용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규제의 문제점을 예로 들며 소비자 보호보다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우선 관리하려고 한다거나 기존의 틀을 관철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암호화폐 규제 역시 블록체인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고 육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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